일요일 오후, 마침 큰아이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해서 작은아이와 둘이 데이트할 시간이 생겼다. 큰 아이가 중학교에 가니 작은 아이와 종종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아이 한 명과 나서는 나들이는 평화롭고 행복하다.
마침, 이번 주에 우리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독서대전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으로 가는 차 안,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원래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닌지라, 어떤 프로인지 진행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라디오에는 한 게스트가 출연해서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분은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인 듯했고, 사업을 할 때도 인문학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해요." 라며 말을 시작했다.
막내 아이는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 말에 게스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네가 하루하루 내가 풀빵이나 만들고 하는 생각으로 산다면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풀빵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삶을 산다면, 엄마는 클라이언트와 점심 약속이 있을 때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너네 풀빵을 먹으러 갈 거야. 그만큼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삶의 태도가 중요해."
10대의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믿었다. 어른이 되면 나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 거라 확신했다. 20대의 나는 세상이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30대의 나는 삶을 좌절했으며, 이대로 살다가는 십 년 후에도 죽을 때까지 내 삶은 별 볼 일 없을 것만 같았다.
4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사느냐보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도서관 행사장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힘들지 않게 체험부스에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로비에서 마술쇼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사전 신청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다행히 사전신청 후 오지 않은 사람들의 자리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도서관 로비에서 하는 작은 공연이라는 생각에 사실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두 명의 마술사는 1시간 내내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빈틈없는 공연을 보여줬다.
공연의 시작은 샌드아트로 그림책 이야기를 표현했다. 손동작, 그림, 음악이 정확히 일치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 타이밍에 딱 맞추기 위해 연습했을까? 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음악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저 마술사는 얼마나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까?
다른 마술사의 공연도 음악에 맞춘 마술 공연이었는데, 음악에 맞춰 동작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노력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아이들을 위해 객석의 모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었다. 앞 무대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풍선 마술을 보여주는 동안 무대 뒤에서 엄청난 양의 칼 풍선을 만들고 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쩌면 도서관 행사 공연은 작은 공연일지 모른다. 하지만, 진심으로 공연을 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열광했고, 어른들은 감동했다. 공연 내내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프로다운 모습에 여운이 남았다.
과연 나는 어떤가?
절박했던 시간을 지나, 겸손함을 잃는 않았는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초심을 잃진 않았는가?
도서관을 나서는 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본 것은 마술공연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다고.
나 또한 내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