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아이의 첫 시험이 끝났다.
이번 학기에야 처음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혼자 공부해 왔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선생님들로부터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한다는 말을 들었었기 때문에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시험 전 주, 아이는 많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긴장도가 높은 사람인데, 큰 아이가 내 성격을 너무도 닮았구나 싶었다. 나 또한 과거의 어린 나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긴장을 많이 한다. 그래서 중요한 일이 있기 전에는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매우 여러 번 시뮬레이션한다. 이제야 긴장하지 않는 방법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연습하는 것뿐이라는 걸 배웠다. 아이는 그걸 나보다 빨리 깨닫기 바랄 뿐이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시험점수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랐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보기에는 아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 생각은 또 다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시험 기간 동안 옆에서 잔소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느끼기를, 그리고 깨닫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성적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험 당일이 되니 아이 성적이 좋았으면, 점수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란 참 가볍다.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 않은데 잘 보면 자만심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잘 보고 오기를 바라는 건 무슨 심리란 말인가?
4과목을 시험 본 아이는 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솔직히 나는 나쁜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이가 본인 점수에 대해 실망했고, 많이 속상해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함께 속상해졌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은 수행평가나 시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데 자신은 너무 많이 걱정하는 성격이라며 그런 아이들이 부럽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엄마도 정말 많이 걱정하는 스타일이야. 그래서 시험 당일 아침에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어.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더라. 잘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으면 어떤 일을 어떻게 잘하겠니?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거야. 최선을 다한 후에 그래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나도 다른 재능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재능이 꼭 '축구를 잘하는 것,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한테는 왜 재능이 하나도 없나?'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살아보니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도 재능이더라.
엄마 때와 다르게 지금 세상은 성적순으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꼭 공부를 잘해야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해본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든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인데, 지금 너는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사춘기 문턱에 있는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는 꼰대의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는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렇지. 그게 공부라서 문제지."
"그래, 닥친 일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봐."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의 고민은 더욱 깊이 있어지고, 심리는 복잡해진다. 나도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내 길을 찾는 중인데, 10대 아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안고 있을까. "엄마, 엄마" 하던 아이가 언제 자라서 이런 인생 고민까지 나누는 나이가 되었는지. 이제 내 곁에 있을 날도 5, 6년 남짓이다. 더 많은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 더 많은 추억을 함께 쌓고 싶다.
어느새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면서 나는 바란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 덜 힘들기를.
조금 더 웃는 날이 많기를.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