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조회수를 올리는 법도, 제목을 쓰는 전략도 몰랐다. 그저 내 방식대로 글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도서 인플루언서'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인플루언서가 뭐지? 나도 신청해 볼까?' 별생각 없이 '그냥'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덜컥, 선정되었다.
얼떨떨했다. 인플루언서가 되는 법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알려줄 노하우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남들은 선정되자마자 노하우 강의를 열기도 하던데, 나에게는 전략 따위가 없었다.
올해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클립 크리에이터 모집 공고를 봤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영상은 잘 못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또 '그냥' 신청했다. 그리고 운 좋게 클립크리에이터에 선정되었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것도, 영상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5개월 동안 미션을 수행하면서 얻은 건 90만 원의 돈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완벽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니, 어느새 부담은 줄고 재미는 늘었다. 영상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꼭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반기에 다시 클립크리에이터에 신청했는데, 이번에는 탈락하고 말았다. '역시 상반기엔 운이 좋았던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블로그 수강생들과 함께 클립 챌린저 미션을 계속했다. 챌린저 참여자 중에서 크리에이터로 추가 선정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 여겼다. 그래도 '그냥' 했다.
그리고 11월 추가 선정 메일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냥'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것저것 따지고 재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 아마추어 같은 실력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일단 하고 보는 것이다.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요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늘 내 글을 응원해 주던 친구였는데, 정작 자신은 글쓰기를 제일 싫어한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친구가 내가 가장 자신 없어하는 요리 분야로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신기할 수밖에.
한 달쯤 지나 내가 말했다. "애드포스트 신청해 봐." 그러자 친구가 물었다. "내가 될까?" 순간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본 질문이었다. 아, 수강생 중에도 똑같이 물었던 분이 있었지. "될까요?"
그때마다 나는 같은 대답을 한다. "그냥 하세요.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안 되면 또 하면 되죠."
망설일 이유가 없다. 손해 볼 일도 없다. 결국 내가 "그냥 해 보세요"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애드포스트를 달았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이 망설인다.
나 역시 그랬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될 이유보다 안 될 이유를 먼저 찾았다. 안 돼도, 안 해도 마음이 편한 길을 택했다. 변명거리를 만들어두는 게 익숙했다.
하지만 변명 속에 머물면, 인생은 변하지 않는다.
될지 안 될지 고민하는 시간에 일단 해보는 것. 그 작은 태도가 내 인생을 바꾸고 있다.
시작이 두렵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기억하자. 자격이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그냥 해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건 망설이는 대신 '그냥 해보는' 것뿐이다.
그렇게 시작한 작은 도전들이 쌓여, 어느새 상상도 못 했던 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