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야 여유롭고, 여유가 있어야 베풀 수 있다

by 나디아

크리스마스이브에 책마법 독서모임에서 초등 고학년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었다.


주인공 스크루지는 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어려움에 무심하며, 크리스마스조차 쓸데없는 날이라 여긴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이브 밤, 세 유령을 만난다. 과거 크리스마스 유령은 외롭지만 사람들과 함께 웃을 줄 알았던 젊은 시절의 스크루지를 보여준다. 현재 크리스마스 유령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직원 밥 크래칫의 가족과 병약한 아이 타이니 팀을 보여준다. 미래 크리스마스 유령은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스크루지의 죽음과 밥 크래칫 가족의 슬픔을 보여준다. 유령들과의 만남 이후, 스크루지는 변화를 결심한다.


우리는 흔히 이 이야기를 "부자라고,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하지 않다"는 교훈으로 읽는다. 부자는 외롭고, 가난해도 사랑이 있으면 행복하다는 식으로.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전혀 다른 질문을 마주했다.


스크루지는 정말 나쁜 사람일까?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직원 밥 크래칫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었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베풀지 않았다. 병든 아이가 있는 직원을 도와주지 않았고, 크리스마스에 기부금을 거절했다. 그렇다면 베풀지 않는 것이 죄인가? 자신이 번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이 잘못인가?


도덕적으로는 스크루지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나는 누군가를 돕는가? 스크루지는 부자인데 돕지 않아 비난받을 사람이고, 우리는 아니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 부자가 아니니까 남을 돕지 않아도 비난받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스크루지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며 명확하게 스크루지가 악이라고 느꼈던 마음에 혼란이 왔다. 어른이 된 후 다시 읽으니 과연 스크루지를 비난할 수 있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스크루지가 깨달음을 얻은 뒤 실제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던 건,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스크루지가 가난했다면 어땠을까? 유령들을 만나고 뉘우쳤다 한들, 밥 크래칫 가족에게 베풀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타이니 팀의 치료비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변화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돈이 있었기에 그의 깨달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되었고, 실제로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찰스 디킨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인색한 부자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돈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사는 삶이 메마르다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돈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시도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통장 잔고를 먼저 확인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망설여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자유,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


또,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내 형편을 먼저 계산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 돕고 싶을 때 내 통장잔고를 계산하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돕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부자가 되려면 인색하게 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태생부터 부자인 경우는 다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인색한 시간을 거쳐 부자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루빨리 인색한 시간을 거쳐 돈 많은 스크루지가 되고 싶다. 그래서 여유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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