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중학교 배정 통지서를 받았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 절망했다. 집에서 꽤 먼 학교였다. 버스를 타고 30분은 가야 하는 거리였고, 배차시간까지 생각하면 이동시간을 1시간 정도는 편도로 생각해야 했다. 매일 아침 그 길을 다닐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버스를 놓쳤을 때 데려다주는 일뿐이었다.
처음 중학교 배정 사실을 알고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아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8지망 학교라니, 생각지도 않았던 학교에 배정되고 나니 나 역시 당황했지만, 당사자인 아이만 할까 해서 "아마 너한테 더 잘되려고 그 학교에 배정되었을 거야." 라며 위로 섞인 말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정말 그 말이 맞았다고 이야기한다.
막상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내 걱정과 달리 정말 잘 다녔다. 아침에 스스로 버스 도착시간을 계산해서 집을 나서고, 때로는 졸다가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기도 했지만, 생활 반경이 더 넓어지며 한층 더 자란 모습을 보였다.
'아,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해내는구나.'
큰아이는 원래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성격이다. 학교에서 무슨 행사가 있으면 솔선해서 손을 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그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눈치를 살피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반에서 반장을 하겠다고 스스로 손을 들어 반장을 하고 친구를 사귀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위축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가끔 큰아이를 보면서 '인생을 참 재미있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일에 흠뻑 빠져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무언가에 몰입한 아이의 모습은 언제나 반짝인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내신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두고도 그렇게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다. 처음엔 조금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시험인데...'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몇 번. 하지만 참았다. 알아서 하겠지. 처음이니까. 본인이 하는 대로 그냥 두자고 마음먹었다.
결과는 대체로 평균 이상의 좋은 점수였다.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작 기뻤던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수행평가 점수였다. 대부분의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온 것이다. 수행평가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과제를 성실하게 하고, 발표 준비를 꼼꼼하게 하고, 모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뜻이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년 말, 1학년과 2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합창합주회가 있었다. 학생문화원을 빌려서 큰 공연무대에서 각 반이 합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경연이었다. 아이는 친구와 함께 싸이의 '챔피언'을 부르겠다고 했다. 두 명이 노래를 부르고 뒤에서는 반친구들 모두 합주를 하는 무대였다. 공연 날, 나는 객석에 앉아서 무대 위 아이를 바라봤다. 노래를 잘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무색했다. 아이는 무대를 정말 즐기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정말 멋졌다.
5살 때 어린이집에서 공연을 했던 바로 그 학생문화원에서, 숫기가 없던 아이는 어디를 가고, 어느새 훌쩍 큰 중학생이 된 아이가 무대를 즐기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여기서 울면 정말 푼수엄마지?' 하면서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삼켰다. 결과는 1학년 중에 1등!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또 그만큼 결과가 따라오니 더 기쁘다.
물론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도 있다. 중학교 배정이 그랬고, 또 한 번은 원하던 기회를 놓친 적이 있었다. 아이가 기분이 많이 좌절할까 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그 일까지 하면 네가 너무 힘들어서 그 일이 알아서 비껴간 거야." 아이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고, 정말로 얼마 후 다른 기회를 잡았다. 내 아들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아이다. 물론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거나 물건을 잃어버릴 때는 잔소리할만한 일이 많지만 말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워서 아이가 뒤처지거나 내가 잘 못 챙기는 것이 있을까 봐 불안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이제 내 손을 떠나 스스로 잘 자랄 일만 남은 듯하다. 아직은 아이지만, 내 옆에 같이 서서 같은 길을 바라보고 달리는 느낌이다. 곧 아이가 나를 앞질러 가겠지. 그때가 되어도 아이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나도 열심히 달려야겠다.
잘 자라줘서 고마워.
반짝이는 너의 인생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