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돌아본 2014년 여행
이왕 알래스카에 왔으니 연어낚시를 해보고 싶었다. 알아보니 연어낚시는 멀리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낚시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더욱이 소피와 세라는 하루를 낚시하며 보내는 아이디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연어 구경만 가기로 했다.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쉽 크릭이라는 곳에서도 연어낚시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으니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연어가 한창일 때는 지났지만 연어 종류별로 시즌이 다르기 때문에 잘하면 연어의 그림자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일찍 쉽 크릭을 찾았다.
너무 일찍 온 건지, 시즌이 아니어서 그런지 다리 근방에 있는 낚시 안내 사무실은 아직 문도 열지 않았다. 곧 열 것 같지도 않았다. 강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 보니 한두 명이 연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다리에 올라서니 연어가 보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큰 덩치는 아니었다. 종류에 따라 크기도 다르던데 큰 연어는 이미 때가 지난 듯했다.
세라는 오늘 밤 비행기로 보스턴으로 갈 예정이다. 그래서 멀리는 못 갈 것 같다. 두 시간 거리 이내에 있는 알리에스카 리조트에 가면 혹시나 곤돌라를 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찾은 곳이 알리에스카 리조트다. 로비에 박제한 무스가 있고, 뒷마당에는 여름인데도 불을 때는... 여기는 여름도 겨울이다. 곤돌라는 생각보다 그리 높은 곳까지 가는 것도 아니라 의미가 없을 듯했다. 뒷마당으로 나가자 소피와 세라는 산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올라가잔다.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이 두 분이 웬일로 산으로 가잘까? 살짝 이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눈이 감길 지경이다. 금방 오겠지 하는 생각에 둘이서 갔다 오라 하고 나는 로비의 소파에 앉았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사람들 말소리에 잠이 깼다. 잠시 후 돌아온 소피와 세라는 산속의 차가운 공기가 엄청 좋았다며 같이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라 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한 번에 두 가지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잠시 졸면서 피곤을 풀었으니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소피와 세라, 둘만의 산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더욱이 오늘 밤 세라는 보스턴으로 갈 예정이고, 모녀가 다시 얼굴 보려면 또 한 학기를 보내야 하는 시점이다.
하와이에 사는 아는 사람 중에 알래스카 샐먼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샐먼 시즌인 6월~7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과 낚시하러 온 관광객이 잡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지만 낚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언제 한번 같이 가고 싶지만 알래스카까지 같이 갈 정도로 친한 사람은 아니다. 이번에 알래스카에 가면 샐먼 낚시를 해보고 싶었는데 낚시 경험이 없으니 쉽지도 않다. 배와 장비 등을 대여해주는 비즈니스가 있긴 한데 막상 찾아가니 문을 닫은 상태다. 그래서 시내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샐먼이 잡히는 곳이라 해서 찾아간 쉽 크릭은 생각보다 시시한 편이었다. 강가에 몇몇 낚시꾼들이 있기는 한데 철 지난 분위기다. 샐먼이 아직 있긴 한데 생각했던 것만큼 큰 것들이 아니다. 알래스카는 하와이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 (비행기로 6간 정도) 언젠가는 다시 오고 싶은 곳이고,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때는 꼭 샐먼 낚시도 해보고 개썰매도 타보고 싶다. 샐먼 낚시는 여름, 개썰매는 겨울이 제철이니 최소한 두 번은 더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