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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3

2020년에 돌아본 2014년 여행

by Blue Bird


2743FA4B564E551F1A 페어뱅크에 위치한 알래스카대학 박물관 내부.


어제도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곤에 떨어져 잠을 잤으니 오로라가 있었어도 알 길이 없다. 이럴 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낫다. 오늘은 알래스카대학 박물관을 본 후, 노스폴(North Pole)과 체나 온천(Chena Hot Spring)의 일정이다. 알래스카대학 박물관은 높은 언덕 위에 있어서 박물관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좋다.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곰이 맞아준다. 페어뱅크와 북극 동물들,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시대를 여행하다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절실히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모든 것이 흔적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235B9C4D564E59281F 산타클로스 하우스. 미국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편지를 쓰면 여기로 온다.


노스폴(North Pole)은 말 그대로 하자면 북극이지만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이 정말 북극점은 아니다. 북극점은 실제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북극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을 노스폴이라 부른다. 이곳에는 산타클로스 하우스가 있는데 이것도 진짜로 산타클로스의 집은 아니다 (이 말은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실존인물임을 암시하게 하는 힌트가 되겠군. ^^). 우체국 겸 선물점이다. 밖에는 산타클로스 동상이 서있다. 안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들이 있다. 여기서 편지를 쓰거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맡겨놓으면 크리스마스가 될 즈음 그 카드가 지인들에게 보내진다. 남이 해보는 건 다 해봐야 하는 세라, 어디 갔나 했더니 역시나 한쪽 구석에서 친구들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느라 골몰하고 있다. 아이고, 얼른 체나 온천으로 가야 되는데.


체나 온천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도로와 철로와 나란히 가는 길인데 철로는 더 이상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행 중에 온천욕을 하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야외 온천이 좋은 건 시원한 바람과 따끈한 온천수를 동시에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겨울에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서늘한 공기를 쐬는 느낌이 최고다. 체나 온천에서는 새벽녘에 오로라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밤까지 있을 수는 없다. 혹시 오로라가 나를 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오로라를 피하려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스폴에 가서야 그런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클로스에게 카드를 쓰는 아이들이 꽤 많다. 그 아이들이 쓴 편지를 우체통에 부치면 우체국은 난감할 거다. 주소불명으로 되돌려 보내면 아이들의 실망이 클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북극에서 가까운 이 노스폴이라는 이름의 이 우체국으로 발송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카드에 답장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여기에 전시해 놓는 것이다.

어렸을 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말하고 아이들은 그대로 믿는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점차로 의심을 하게 된다. 형이나 언니 등으로부터 그 비밀을 알게 되거나 어쩌다가 일찍 깨달은 친구들을 통해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된 아이들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세라가 산타의 비밀을 과연 언제 알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알만한 듯한데도 그때까지도 여전히 산타의 존재를 믿는 듯 양말을 걸어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 인가는 내가 되려 세라에게 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분명히 알만한 나이인데 아는 척을 전혀 안 하고 받을 선물을 기다린다. 그래서 선물이 두배로 해야 했다. 산타가 주는 선물과 아빠가 주는 선물을 따로. 세라가 산타의 비밀을 과연 언제부터 알았는지 그건 지금도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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