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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Mar 07. 2021

아주 작은 변화

하와이 사는 이야기

알라모아나 공원 산책 중에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작은 변화를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이라고 흔히 불평하지만 그 매일 반복되는 생활 중에도 우리는 변화를 겪고 있다. 어제의 출근길에서 본 것과 오늘 출근길에서 본 것이 다르고, 어제 점심을 먹다가 생각한 것이 오늘은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우리는 매일 작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다만 그 변화를 눈치챌만한 주의력이 부족할 뿐. 실비에 옷 젖는 격이라고나 할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이 작은 변화이지만 좀 길게 본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다. 오늘 난 어떤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인가?


(2004. 4.1)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회사 사정으로 인해 3월 중순부터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겠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월급을 받으면서 집에서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매일 산책도 하고, 늦잠을 자기도 하면서 보냈다. 한두 달이면 끝날 것 같던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회사에서는 더 이상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대신 언임플로이를 신청하게 됐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세라는 보스턴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직종을 바꿔서 하버드에서 일하다가 코로나를 맞아 9월 초에 하와이로 왔다. 하와이에서 잡서치를 하다 결국 원하던 직종의 일을 2021년 1월부터 하게 됐다. 지금은 하와이 집에서 일을 하지만 온라인으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라 코로나가 끝나면 본토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노매드다. 풀타임 베네핏을 받으면서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니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 큰 딸과 함께 세 식구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

병원에서 일하는 소피는 코로나에 별 상관없이 일하고 있다. 코로나로 언임플로이 받으며 집에서 쉬는 내가 부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쉬는 것도 쉽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 년이란 기간이 긴 것 같은데도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뭐했나 싶다. 가장 아쉬운 건 여행을 못 간 것이다. 처음에는 5월에 콜로라도에 가려고 호텔 예약을 해놓았다가 취소하고, 다시 10월에는 한국에 가려고 예약했던 것을 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3월이 되었는데도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읽고 싶었던 영어 소설책을 한 달에 1~2권씩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처음엔 집에 있던 책을 읽다가, 그 후 아마존에서 종이책을 사서 읽다가, 킨들을 산 다음부터는 대부분 e북으로 읽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세라는 본토로 다시 가고,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03.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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