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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Mar 09. 2021

Dogville

하와이 사는 이야기

2014년 NBC 홀에서 공연했던 라이언 킹


한 작은 마을에 그레이스라는 20대 초반의 아리따운 여자가 피신해 들어온다. 자칭 그 마을의 대변인 격인 한 소설가 청년 탐이 그녀를 처음 발견하고 자신도 사정을 자세히 모르면서 그녀를 마을에 숨겨주려 한다. 마을 회의가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가 2주간 마을에 봉사활동을 하는 조건으로 그녀를 숨겨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기로 한다. 

그레이스는 하루 종일 시간을 쪼개가며 마을 사람들을 돕고 마침내 2주 후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마을에 머물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경찰이 마을에 찾아와 처음엔 Missing(실종자) 벽보를 붙이고, 또다시 찾아와 Wanted (수배자) 벽보를 붙이자 젊은 여자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숨겨주는 대가로 바라는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를 본 내 느낌은 한 마디로 '연극 같은 영화'다. 마을도 실제 마을이 아니라 바닥에 그림을 그려놓은 연극무대 같은 세팅이고, 해설이 있고, 영국 고전영화를 보듯 챕터 1, 챕터 2, 이런 식으로 장이 바뀐다. 세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무대는 그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마을 사람들의 심리. 막판 주인공 그레이스의 심리. 인간 심리묘사가 뛰어난 영화다. 프랑스, 덴마크, 미국, 영국 합작. 

때로는 나를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떠나 철저하게 남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2004. 4.13)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본 편에 속한다. 미국에 와서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극장에 갈 시간이 없었다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다. 자막이 없기 때문이다. TV에서는 영어자막을 켜고 보면 되지만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어로 된 영화에는 자막을 달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는 미국이고 영어로 하는 말을 굳이 자막을 달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자막이 없는 영화는 그림일 뿐이다. 대사가 많지 않은 액션 영화야 그럭저럭 이해가 간다지만, 대사가 많은 영화들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극장에 가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미국에 오래 살면 영어가 금방 늘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 와서 학교에서 영어를 매일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야 영어가 늘 수 있다. 나처럼 대학원으로 유학 와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수업을 듣는 경우에는 영어가 거의 늘지 않는다. 졸업을 하고도 엉어책을 읽고, 영어 뉴스를 듣고, 영어신문을 읽는 등 나름 노력하지만 영어실력은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 특히 영어로 말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나이 들어 미국에 와서 몇십 년을 산 이민자들 가운데에 대다수가 마찬가지일 듯싶다. 물론 사는데 필요한 영어는 구사한다. 그래도 영어로 말할 때, 영어로 쓸 때면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피할 수 없다.


03.0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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