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라는 헤드라인의 옛날 광고가 갑자기 생각났다. 선경의 기업광고로 기억된다. 아이들을 위해 항상 도시락을 싸와서 아이를 주던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아직도 있을까마는... 오늘은 감기가 있어서 몸이 좋지 않으니 괜히 그런 생각이 난다.
사람의 생각이란 참으로 천방지축이다. 나는 요새 그렇게 살고 있다. 큰 병도 아니면서 가끔씩 감기 걸리고 그다지 바쁘지 않으면서 늘 시간에 밀려다니는.. 변화를 바라면서도 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줄 모르는. 예전에는 똑같은 조건에서도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모든 게 마음에 있다는 그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월-금 낮에는 회사일, 저녁에는 밥 먹고, TV 보다가 책 보다가 잠들고. 토-일요일에는 책방 가서 책 보다가 집에서 TV 보다가 와이키키에 그냥 잠시 돌아다니다가 일주일을 보내고, 그다음 일주일도 그 전 일주일과 그리 다르지 않게 보내고, 그 전 한 달과 비슷한 새로운 한 달을 보낸다. 그렇게 일 년이 가고 이년이 가고 세월은 멈추지 않고 가는데 나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지.
(2004. 4.15)
옛날에 쓴 글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4년이면 17년 전인데 어떻게 그동안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때는 학교를 졸업하고 몸은 편해지고, 익숙해진 회사일만 하면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아까웠던 것 같다. 당장의 생활은 만족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30대의 끝자락에서 더 이상 한창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뭔가를 시작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할 줄 몰라서 망설이던 때의 심정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다르면서도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비슷한 점은 전처럼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다. 물론 전에 비해 그런 마음이 많이 줄긴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다른 점은 이제는 은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은퇴하긴 아직 너무 빠르긴 하다. 앞으로 10년은 더 일하고 은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10년간 무엇을 하고, 10년 이후에는 어떻게 은퇴생활을 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03.1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