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님 잘 못살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선다. 물론 경제적인 기준이 아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찾아서 완수해야 하는데 아직껏 그것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몇 달 전 행복하다고 느꼈던 생활이 오늘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열중하던 일들이 오늘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 내가 내 할 일을 제대로 찾지 못했음이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판단할 때는 말문이 막힌다. 어떻게 나도 모르는 나를 남들이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보는 나는 그들의 눈에 비추어진 나의 그림자 일뿐이다. 그럼 나는 무엇인가?
(2004. 4.28)
써놓은 글을 보니 2004년에는 마음의 갈등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해가 간다. 미국에 온 목적 가운데 하나를 반쯤 달성해놓고, 어떤 길로 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했었던 것 같다. 늦었지만 박사과정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공부는 그만 접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갈등했던 것이다. 그때의 나이가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공부할 때는 힘들어도 목표가 있으니 그것만 하면 마음은 편했다. 하지만 일단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그것을 마침표로 할지 쉼표로 할지 고민이 생겼던 것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공부를 계속했을 것 같다. 하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으니 그러기가 어려웠다. 결국은 공부는 거기서 끝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 이후로는 비즈니스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해본 것 같다. 문제는 머릿속으로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를 잘 선택해 실천에 옮겼더라면 지금쯤 뭔가 하나를 운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회사생활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뭔가 내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그때의 1/10 만큼도 안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사업보다는 은퇴준비에 더 관심이 간다. 물론 은퇴는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8년~10년 정도는 더 일한 후의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 FIRE 족이라고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해가 되지만 너무 이른 조기 은퇴는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조기 은퇴 이후의 생활을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03.22.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