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애버게일 로버트라는 61세 된 여자가 세금보고를 했다. 그는 팬실바니아주의 어느 대학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득이 아주 낮았다. 2003년 총소득으로 4,715달러, 기타 소득으로 371달러를 벌었다고 신고를 했다. 그래서 세금 환급금으로 361달러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금 환급 수표로 우송되어온 수표에는 자그마치 2,123,453 달러가 적혀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녀는 하와이 왕족 상속녀의 애버게일 카와나나코아의 소셜 시큐리티 넘버를 사용해서 보고했기 때문에 국세청(IRS)의 컴퓨터는 그만 혼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수표를 받아 든 애버게일 부부는 2주 동안 돈을 열심히 썼고, 돈을 굴리기 위해서 금융기관에 백만 달러의 돈을 넣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에서 IRS에 보고해 들통난 것이다.
하나 더 재미있는 것은 애버게일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와이 왕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작년에도 카와나나코아의 소셜 시큐리티 넘버를 도용하다가 경고를 받았다고 하는 사실이다. 나에게도 갑자기 2백만 달러 수표가 잘못 배달되었다면 어떻게 할까?
(2004. 4.29)
요즘도 세금보고 시즌이다. 나는 일찌감치 세금보고를 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3월 중순부터 일을 못했기 때문에 그 전 해에 비해 소득이 많이 줄었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몇 차례 경기부양금을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개인당 1200달러와 600달러 두 번을 지급했고 올해는 1,400달러씩 지불했다. 수혜대상은 지난해 지불한 것은 바로 전해 소득 보고 기준으로 개인 7만 5천 달러 이하면 100% 지급, 10만 달러까지는 차등 적용되며, 그 이상의 소득자는 수혜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부 공동으로 세금 보고하면 그 두 배 즉 15만 달러까지는 100% 지급, 20만 달러 이상은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 3월에 지급한 1,400달러의 수혜대상도 조건이 비슷한데 개인 7만 5천 달러, 부부 15만 달러 이상은 지불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이들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카운트되니 아이 둘이 있는 집은 5천600달러를 지급받은 셈이다.
렌트비도 지원해 준다. 한 달에 1,500달러까지 렌트비와 공공요금을 매달 무상으로 지원해준다고 한다. 렌트비를 못 낸다고 집주인이 강제퇴거 조치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식료품 비용으로도 한 달에 600달러씩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집을 소유하고 있고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랜트를 사는 아이 둘 있는 부부가 코로나로 일을 못하고 있을 경우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지원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른다. 연방의회 일부 의원들은 다음 회기연도에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도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저소득자에 대한 혜택이 아주 많은 것 같다. 고소득자는 세금을 많이 내기는 하지만 소득이 높으니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다. 불만은 저소득에도 고소득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소득 계층이다. 어느 정도가 중간소득층이라고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방정부에서 혜택을 주는 것을 참고한다면 개인 연봉 6만 달러~1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부부 공동 세금보고 시는 12만 달러~ 20만 달러 정도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은퇴 후에도 저소득층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식료품 보조, 주택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고소득층은 그런 지원이 없어도 별로 상관없지만, 중간소득 계층은 자신이 납부한 메디케어를 제외하면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저소득층을 돕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중간소득 계층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어느 층이라도 수긍이 갈 만한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