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5월입니다.
5월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아쉬워하기보다는 내 앞에 다가올 새로운 일을 기대하는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5월은 나에게 베풀어주는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기보다는 나보다 못한 사람과 나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내가 먼저 베푸는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5월은 내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려 하기보다는 세상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런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5월은 운명의 여신이 나에게 점지해주는 대로 살기보다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보려는 그런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내년 5월에 돌아보는 올해 5월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록 하나도 변한 것이 없더라도 변화의 싹이 심어져서 움트고 새싹이 돋아난 그런 달이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2004. 5.4)
하와이에 산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하와이는 항상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내내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다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와이에 오래 살다 보면 확연히 계절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사계절이 뚜렷하다기보다는 긴 여름과 짧은 겨울, 그리고 아주 잠깐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11월 중순 이후에는 비가 오는 경우가 그 전보다 조금씩 많아지면서 밤에는 약간 서늘하거나 어떤 때는 추워진다. 한국의 겨울처럼 아주 추운 것이 아니라 집에 가만히 있으면 쌀쌀한 느낌이 드는 정도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때 겉옷을 하나 챙기지만 나가서 얼마 되지도 않아 쓸데없이 옷을 가져왔구나 생각하게 된다. 3월 중순 이후에는 1~2주 정도 아주 짧게 봄기운이 느껴진다. 이 봄기운은 아주 예민한 사람들만이 느낄 정도다. 겨울을 막 벗어난 이후의 나무와 꽃, 산의 색깔이 주는 푸르름이 겨울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그다음부터는 하와이의 전형적인 여름이다. 낮 기온은 화씨로 90도 초중반을 오르내리고 밤 기온은 70도 후반대에서 왔다 갔다 한다. 화씨 90 도면 섭씨로 32도라 아주 더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습도가 한국의 여름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햇볕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한 별로 더운 것을 느끼지 못한다. 하와이가 더울 때도 있다. 그때는 항상 살살 부는 바람 트레이드 윈드가 안 불 때다. 그런 경우가 자주 있지는 않지만 가끔씩 바람이 없을 경우는 더위를 느낀다.
2004년 5월을 맞아 쓴 글을 읽어보니 봄을 맞이한 그 당시의 내 마음을 보는 듯하다. 겨울이 지나고 하와이의 전형적인 멋진 날들이 다시 시작되면서 내 마음도 어떤 새로운 시작을 바라는 듯하다. 하와이에 와서 7년을 살았을 때. 변화를 원해서 하와이로 왔고 7년을 하와이의 매력이 흠뻑 빠져서 살다 보니 어느새 또 새로운 변화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참 한 군데서 오래 있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전히 하와이에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있는데 나이가 드니 가진 것을 놓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03.2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