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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Mar 30. 2021

일찍 일어나는 새

하와이 사는 이야기

커피와 고구마; 한때는 이렇게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기분이 참 좋다. 오늘 아침에는 좀 일찍 일어났다. 여유 있게 밥을 먹고 회사 가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렀다. 샤핑몰 안에 있는 스타벅스인데 아직 개장 시간이 안되어 주차장은 휑하니 비어있고 샤핑몰도 문을 열지 않은 시각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환하게 불을 밝히고 얼리버드 (Early Bird)를 기다리고 있다. 라테 한잔 시켜서 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그냥 들고 나온다. 밖은 하와이 날씨 답지 않게 가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데도 해는 밝게 떠있다. 서쪽 하늘에 하와이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지개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무지개 색은 7가지 인 줄로만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그보다 색이 더 많은 것 같다. 회사 2층 테라스에서 라테 한잔을 들고 무지개가 떠있는 산 쪽을 바라본다.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p.s. 너무 일찍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다. 


(2004. 5.5)




요즘은 늦게 일어난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처음 눈이 떠지는 것은 6시 전후이지만 화장실에 갔다가 누워있다 보면 또 잠든다. 문소리가 나서 다시 깬다. 시계를 보면 7시 30분쯤이다. 소피가 이제 출근한 것이다. 더 이상 잠은 오지 않는다.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전화로 이것저것을 본다. 뉴스를 보고, 주식시세를 보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유튜브를 본다. 그렇게 뒤척이다 보면 9시쯤이다. 아무리 출근을 안 하더라도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요가다. 매트를 깔고 30분 정도 요가 동작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러고 보면 매일 아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요가를 해왔다. 3년 이상 그렇게 한 것 같다. 그렇게 꾸준히 하는 이유는 전에는 허리가 아팠는데 요가를 하고부터는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요가 후에는 침대를 정리하고 샤워를 한다.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고, 때로는 계란찜을 하고, 그렇게 아침을 혼자 먹는다. 종합 비타민과 눈 비타민 등 약을 챙겨 먹은 후 그릇을 씻는다. 차를 마시기 위해 워러 히터의 스위치를 눌러놓고 양치를 한다. 그 사이 물이 다 끓는다. 물을 머그에 붓고 아마존에서 주문한 그린티 한 봉지를 넣는다. 2분이 적당하다고 쓰여있는데 나는 3분 정도가 알맞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린티가 담긴 머그를 들고 창가의 비치체어에 앉는다.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밖의 나무를 보면서 한 모금씩 차를 마신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지나간 일을 떠올리고,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생각해본다. 


하루하루는 변화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 길게 보면 참 변화무쌍한 것 같다. 2004년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픽업해 회사로 갔다고 쓰여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회사도 안 가고, 기침이 나서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도 안 마신다. 회사도 그때 다니던 같은 회사가 아니다. 그때까지 일을 안 하던 소피가 2004년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차를 가지고 다녔는데 지금은 소피가 차를 가지고 다닌다. 나는 걸어서 10분이면 회사에 갈 수 있다. 그때 9살이던 세라가 가장 많이 변했다. 그때 4학년이었는데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닌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인생 별것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당장 해야 한다. 


03.2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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