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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Apr 02. 2021

책 읽기

하와이 사는 이야기

요즘엔 주로 킨들로 읽는다 


방에서 연탄길이라는 책을 읽다가 눈이 아파 거실로 나왔다. 눈보다는 마음이 더 아프다. 왜 세상에는 그토록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건가. 왜 작가는 그런 슬픈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냈는가. 나는 또 왜 그들의 고된 삶을 읽으면서 마음 아파하는 한편, 내 삶이 그들과 같지 않음에 안도를 하는가. 인간의 이중성. 


(2004. 5.8) 




나는 책을 조금 많이 읽는 편에 속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좋아하지만 특히 많이 읽게 되는 분야는 문학책 위주인 듯하다. 반짝하는 베스트셀러보다는 문학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전이나 스테디셀러를 좋아한다. 나는 왜 책 읽기를 좋아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인 듯하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유사하다. 여행을 하면서 보고 겪게 되는 것들은 직접 경험이 된다. 낯선 것과의 첫 만남이 나를 항상 긴장하게 만들고, 뇌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 것은 그와 달리 간접경험이 되겠지만 역시 뇌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여행을 더 좋아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여행을 하는 것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읽었던 책을 다시 읽다 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군데군데의 장면에서 전에 읽었다는 생각이 난다. 하지만 어떤 책은 아주 오래전에 분명히 읽었는데도 다시 읽을 때 전혀 생각이 안 난다. 그러면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다. 좋은 일인지 기억력의 한계를 탓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읽은 책을 또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10대, 20대 때에 읽은 책이 나이 들어서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다. 


한동안은 뜸하다가 요즘 코로나로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시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요즘에는 영미 작가들의 책을 읽고 있다. 학창 시절에 한국에서 읽었던, 한글로 번역된 영미 문학책들을 작가가 쓴 언어 그대로 읽게 되면 작가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전에 한글로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의미 전달이 안되었던 것들도 지금 영어로 읽으니 이해가 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영어의 미묘한 부분에서 쉽사리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다. 그런 때는 무슨 소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이해가 안 되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넘어간 표현이 책을 계속 읽는 어느 순간 아하~ 하고 이해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는 관용구나 구어체가 많이 들어간 경우에 흔히 생긴다. 영국이나 미국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작가에 따라 문장 구성이나 어휘 사용에 저마다 개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느낀다.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작가도 있고,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을 간단명료한 말로 표현하는 작가도 있다. 쉬운 말을 에둘러하는 경우도 있고, 어려운 생각을 명쾌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물론 간단명료하고 명쾌한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작가가 작중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거나 그 시대의 말하는 방식을 리얼하게 묘사하게 위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처음 책을 출간했을 때는 자연스러운 표현도 오랜 세월이 흘러 말하는 방식이 변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읽게 되는 시대에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04.0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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