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일이 아니다. 일은 조금만 신경을 써서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사람 사이의 관계다. 나도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지만, 동료들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보기 안쓰럽다.
내가 보아온 인간관계 갈등 원인의 상당수는 서로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인 경우다. 상대를 밟아야 내가 설 수 있는 경쟁, 상대에 지면 실패한 인생이 되는 경우다. 올라갈 자리는 적은데 후보자는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한다.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좋은데 그게 잘 안된다. 왜냐, 실력이 모자라도 올라가고 싶은 욕구를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흠집을 잡고, 뒤에서 비방을 한다. 빨리 올라가면 빨리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로 인한 갈등도 적지 않다. 맡은 일 자체가 서로 부딪히게 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경험이 많은 경우엔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을 쌓기 전에는 매번 갈등을 겪게 된다. 이기려고만 하기보다는 사안을 판단해서 져줘도 무리가 없는 것은 져줘야 내가 이겨야 할 경우에 내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사람 자체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풀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다. 될 수 있는 한 부딪히지 않는 수밖에 없다. 상대가 나가든지 내가 나가든지 그때야 비로소 해결된다.
(2004. 8.7)
2004년에 왜 이런 글을 썼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 그때 당시 회사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까? 아니면 한국에서 일하던 때를 생각하고 쓴 것일까? 아무튼 직장생활을 오래 해본 바에 따르면 인간관계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마음이 여리고 남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그런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소규모 조직 내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생기는 것이다. 그 사람만 없으면 직장생활이 행복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만두거나 부서 이동 등으로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어지더라도 언제인지 모르게 또 그런 사람이 하나쯤 다시 생긴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직장생활을 비교해본다면 한국의 직장생활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왜 그럴까? 심한 경쟁관계와 경직된 상하관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다양성의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한국의 직장 동료들을 둘러보면 너무나 유사하다. 대부분이 동일한 문화권에서 유사한 교육을 받고 자라나 성인이 된 것이다. 얼굴 표정만 봐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의 문화적인 백그라운드가 너무 다르고 그 사람의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아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유추가 잘 안된다. 물론 미국의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전혀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에서는 남의 일에 한국에서와 같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볍고 피상적이 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기만, 감정적으로 서로 정도를 넘어서 얽히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05.1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