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만약에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일을 두세 달 못해서 수입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달 일해서 한 달 살아가는 월급쟁이 인생에서 두세 번 연속해 수입이 없다면 큰일 아닌가? 당장 렌트비를 못 내면 집주인에게서 압박을 받게 될 것이고, 또 자동차 할부금을 못 내면 신용불량자가 될게 아닌가? 어디라도 아프게 되면 보험 없이는 병원 갈 생각을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생활을 빠듯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집이 있거나 전세가 들어 있으니 우선 당장 집을 비워야 하지 않아도 되고, 차값을 댈만한 여력이 없으면 차를 사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이 얼마나 잘되어 있나. 베트남 이민자들이 돌아갈 곳이 없어 이를 악물고 산다고 하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한인 이민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다운페이를 많이 하면서 집을 사 모기지를 줄이고, 자동차 페이먼트를 빨리 끝내고 나가는 돈을 줄여 현금 흐름을 여유 있게 만들어놓는 것이 미국 생활에서 경제적인 여유를 찾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4. 8.13)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민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먼저 집 문제. 여전히 모기지를 내고 있지만 일단 집을 샀으니 당장 렌트비를 한두 달 못 내서 쫓겨날 위험은 없다. 만약 모게지 은행에 3달 동안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내지 못하면 집을 은행에 빼앗기는 형식이 되므로 어찌 보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동안 갚은 원금, 즉 에쿼티가 많이 있을 경우에는 집을 팔아서 은행에 빌린 돈을 상환하면 된다. 그 나머지 돈으로 작은 집을 사거나 랜트를 살아도 된다. 우리는 그동안 추가로 원금과 이자를 열심히 갚았으므로 30년 모게지를 했지만 15년 이내로 끝날 것 같다. 그럼 앞으로 3년 정도만 더 갚으면 된다. 하지만 모게지를 다 갚더라도 콘도 관리비가 있으므로 앞으로 이 집에 사는 한 1000불씩은 평생 내야 할 것이다.
차값도 이미 다 갚았다. 하지만 차값은 다 갚고 나서 몇 년간은 더 이상 융자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몇 년 더 지나면 다시 새 차를 사야 한다. 그러면 다시 5~6년간 차 융자비를 내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차 융자금을 낸다고 생각하고 그만큼씩을 따로 모으고 있다. 현재 가진 차를 가능하면 오래 사용하고 다음에 새 차를 살 때 이 돈을 사용하면 융자를 하지 않아도 되거나 아주 적게 해도 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어진다. 하지만 차를 사용하면 차값만 드는 게 아니다. 보험료, 정기점검, 수리비, 등록세, 가스비 등이 차를 사용하는 한 들어간다.
의료보험은 지금은 소피나 나나 회사에서 들어주고 있으나 만약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두 명이면 1000달러 정도를 매달 내야 하니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65세부터 메디케어가 적용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의료보험을 위해서라도 회사에 다니는 것이 좋다.
65세 전후에 은퇴를 한다면 소셜 시큐리티와 개인연금에서 매달 정확히 얼마가 나올지는 그때 계산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같은 생활이 충분히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여행을 다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지금이나 65세가 넘어 은퇴를 하거나 들어가는 생활비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지금 개인연금은 대부분 뮤추얼펀드에 들어가 있는데, 더 나이 들면 그대로 두어야 할지 아니면 일부를 찾아서 매달 일정한 수익이 나오는 부동산에 일부 투자해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부동산 투자로 랜트 수익을 얻으려면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대체로 뮤추얼펀드가 부동산보다 수익률이 높고 관리가 편하긴 하지만 주식시장에 따라 언제든 변동할 수 있으니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가장 큰 지출인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서 하우스로 옮기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나이 들면 병원비와 약값이 많이 나갈 것 같으니 건강도 잘 관리해야 한다.
한국에서 은퇴를 앞둔 사람들의 생각이 많아진다지만 그건 미국에 살아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일부 성공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람들은 어디에 살든 대체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05.1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