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는 이야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주가 조금 더 지난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3층 우리 집 들어가는 입구 복도에 조그만 새가 둥지를 틀었다. 소화전 위에 위험스럽게, 둥지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그런 풀들이 얽히설키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참새보다는 조금 더 큰, 그래도 한 줌밖에 안 되는 작은 새가 앉아있었다. '왜 저기다 둥지를 틀었을까?' '혹시 새끼를 낳으려나?' 그 예측이 맞았던 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그 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메추리 알보다 작은, 하얀 알 하나가 그 작은 둥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역시 그랬군...' 주 변에 나무가 아주 많은데 하필 아파트 복도 소화전 위에다 둥지를 튼 것은 아마 요즘 날씨 때문인 듯하다. 하와이 날씨 답지 않게 며칠간 비바람이 부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그 새는 안전하고 지붕까지 있는 아파트로 원정출산을 왔던 것이다. 새가 알을 낳고도 참 오래 지났다. 그동안 날씨가 좋아지기도 했지만 몇 차례 비가 더 오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부는 날은 집에서 TV를 보면서도 밖에 있는 새 둥지가 혹시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둥지가 안전한 것이 왜 그리도 반갑던지. 새가 알을 품은 지 19일째, 복도를 지나가다 보았다. 조그만 아기새가 눈도 못 뜬 채 가만히 앉아있는 광경을. 그리고 그 옆에는 하얀 알이 하나 더 있었다. 비가 오나 바람부나 자리를 지키던 어미새는 아기새를 위해 먹이를 찾으러 갔는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눈감고 꼼짝 않고 있는 작은 새.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고, 그 옆에는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기새와 그 옆의 알을 보면서 은근히 걱정이 들었다. ‘어미새가 빨리 와서 애들을 보호해야 할 텐데’
(2004. 12.13)
미국은 이 땅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권을 자동으로 주는 법이 있다. 부모가 시민권자일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기 위해 미국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재원으로 왔거나, 유학생으로 왔거나 국적은 외국인이어도 미국에 어떤 목적이 있어 장기 체류하는 경우 아이를 낳게 되면 자동으로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도 이런 점을 이용해 원정출산을 하는 경우가 과거에는 적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원정출산은 2000년대 초반 유행을 탔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 위주로 원정출산이 가능했지만 한창때는 중산층으로까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원정출산이란 말을 별로 듣지 못한다. 그만큼 많이 줄었기 때문 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원정출산을 까다롭게 만들었고, 한국에서도 법 개정으로 원정출산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원정출산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이다. 시민권이 있으면 언제든 미국에 와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공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나중에 부모를 초청할 수도 있게 된다. 요즘 미국에 이민하려면 시골지역은 최소 90만 달러, 도시지역은 최소 180만 달러가 든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권자 자녀가 초청한다면 이런 비용이 필요가 없어진다.
이제는 한국이 많이 발전해 살기 좋으므로 굳이 미국으로 이민할 생각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에 더 나은 기회, 인간적인 삶, 자녀교육, 불안한 경제정책, 미세먼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전히 미국 이민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요즘에는 캐나다, 호주, 유럽, 동남아로도 이민을 많이 가긴 하지만 미국 이민은 여전히 가능하다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 이민은 만만치 않다. 언어와 문화, 기술, 경제력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서 와도 적응이 쉽지 않은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면 성공적인 정착이 그만큼 어렵다. 이민을 오려면 가능하면 어린 나이에 오는 것이 좋다. 그래야 미국 문화권으로 비교적 쉽게 동화될 수가 있다. 만약 나이 들어서 온다면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평생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거나, 확실한 직업을 가질 수 있을만한 기술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새 원정출산이 미국 이민으로 비약됐다.
05.1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