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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May 19. 2021

술 마시고 싶은 여름날

하와이 사는 이야기

IPA와 Blue Hawaii


요즘 자주 술을 마시고 싶다. 술 마신다고 해서 아주 떡이 되도록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맥주 한 두 캔, 소주 서 너 잔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술이 당긴다. 어제는 소피가 구워놓은 '아쿠'(aku)라는 생선을 보니 소주 한잔이 생각났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시던 소주가 한두 잔 남았고, 따지 않은 소주가 하나 있다. 먼저 남은 소주만 마셔야지 하다가 잔에 따르니 채 두 잔이 못된다. 새 병을 따서 한잔 마시다 보니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난다. 다시 냉장고를 연다. 버드 라이트가 하나 보인다. 냉장고에 있는 맥주라 시원하지만 맥주를 하와이식으로 마시는 것이 요즘 익숙해지니 자연 손이 냉동실로 간다. 하와이식이란 컵에 얼음을 반 정도 채우고 맥주를 따라서 서서히 얼음을 녹여가며 함께 마시는 것이다. 세라가 오늘 외울 단어를 봐줘야 하는데, 졸리다. 거실에 잠깐 누웠는가 했는데 깜빡 졸았나 보다. 세라는 단어를 다 외웠다고 테스트해달란다. 단어 하나 문제 내고 졸다가, 세라가 아빠! 하고 깨우면 깨서 다음 단어 다시 읽고, 존다. 그렇게 십여 개 단어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잠이 들었나 보다. 이렇게 단어 테스트를 했다는 사실도 사실은 아침에 소피에게서 들은 얘기다. 나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는데, 밤에는 책 읽기가 싫다. 더워서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여름이다. 


(2005. 7.7)




나는 술을 즐긴다. 하지만 그리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다. 저녁에 맛있는 안주를 식탁에서 발견했을 때 아~ 이건 소주와 맞겠다거나 오~ 맥주와 어울리겠네 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난다. 그러면 냉장고로 직행해서 원하는 술을 꺼낸다. 소주를 마시면 3~4잔 정도, 맥주는 1~ 2캔 정도다. 소주는 고기를 구울 때나 매운탕 같은 얼큰한 국물이 있는 경우에 찾게 된다. 맥주는 시원한 걸 마시고 싶을 때나 파스타 같은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마시면 좋다. 와인은 오픈하면 한 번에 다 마시지 못하고 보관해 놓았다가 두 번이나 세 번 정도에 나눠 마신다. 와인도 파스타와 잘 어울리지만 스테이크나 감자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은 아무런 안주 없이도 기분전환을 위해 조금씩 마시기에 좋다. 양주는 코냑과 위스키를 가끔 마신다. 코냑은 최근에 마셔본 레미마틴이 좋았다. 코냑은 음식과 같이 먹기보다는 저녁식사를 다 마친 후 책을 읽다가 뭔가 한잔 하고 싶은 경우에 조금 마시기에 좋다. 위스키는 식사를 하면서 같이 마셔도 괜찮다. 위스키를 부르는 음식은 소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소주가 별로 끌리지 않을 경우에는 위스키로 대체한다. 위스키 중에는 조니워커 블랙라벨이 괜찮고, 크라운 로열 같은 캐나디안 위스키도 부담 없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위스키는 전에는 온 더 락으로 마셨는데 언젠부턴가는 온 더 락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더 좋아졌다. 위스키와 코냑은 향이 좋기 때문에 그 향을 즐기며 조금씩 마신다. 

진 & 토닉이나 보드카 & 소다도 가끔 마신다. 이럴 땐 항상 온 더 락으로 마신다. 진에서는 솔향기가 나서 좋고, 무색무취의 보드카는 깔끔한 느낌이 난다. 보드카의 장점은 무엇과 섞어도 잘 받쳐주는 베이스가 된다는 점이다. 그밖에 흔하진 않지만 한국의 청주 백화수복도 가끔 마시고 일본술 구보다 같은 사케도 마신다. 청주류에서는 청하가 가장 좋고, 백세주도 나쁘지 않다. 막걸리는 전에는 좋았는데 요즘은 별로다. 옛날 주전자에 받아다 오는 진한 막걸리를 한번 마시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마시는 술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 


최근에는 술을 잘 안 마신다. 집에서 한두 잔씩 술을 마시다 보니 조금씩이긴 하지만 거의 매일 마시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기침이 많이 나기도 해서 이 기회에 술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싶은 유혹 앞에서 나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 이후 술안주로 딱 좋은 음식을 식탁에서 발견하고도 한 두 번 술을 마시고 싶은 것을 참았더니 잘 안마시게 된다. 그렇게 3주간 한 방울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술을 완전히 끊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안 마신 지 23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마더스데이 때 소피와 함께 와이키키 비치바에 가서 맥주 IPA 한잔씩 마셨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문을 닫았었는데 다시 열어서 반가웠다. 그 일주일 후에는 한식집에서 고기를 구우면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집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냉장고에는 마시던 소주와 머루주가 그대로 있고, 팬트리에는 전에 마시던 위스키가 있다. 맥주는 냉장고에 아예 넣어놓지도 않았다. 앞으로 집에서도 술을 마실 수는 있다. 하지만 소량이라도 전처럼 매일 마시지는 않을 생각이다. 맛있는 안주를 보고도 스스로 술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   


05.1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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