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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11. 2021

마노아와 와이키키

하와이 사는 이야기

마노아 공원

출근길에 마노아 쪽에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소피를 내려주고 출근까지 남은 시간이 30분... 마노아로 차를 돌렸다. 시원하게 비바람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물론 내가 직접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차가 대신 비를 맞고 나는 차 안에서 가만히 비를 느끼는 것이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마노아는 을씨년스럽다기보다는 운치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풍경을 보고 운치 있다고 표현하기는 별로 적절하지 않지만 달리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비 오는 마노아가 운치 있어 보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는 내가 마노아를 좋아하기 때문인 듯하다. 마노아 마켓플레이스 앞 커피빈(Coffee Bean & Tea Leaf)에는 아침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안의 자리도 가득, 밖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하와이대학이 가까워서 대학생들이 보이고 나이 든 마노아 주민들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사인 웨이빙(Sign Waving, 선거운동)을 하고 난 후에 커피 한잔 마시고 있는 듯하다. 티셔츠를 보긴 했지만 애버크롬비 (민주당 하와이 주지사 후보) 쪽인지, 아이오나 (공화당 후보) 쪽인지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비바람은 푸르른 마노아의 나무와 풀을 흔든다. 나무와 풀은 신난다는 듯이 몸을 한바탕 흔든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무와 풀은 비바람만 불어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나는 나무와 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기분이 우울한 것은 비 때문만은 아니리라.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지혜를 주십시오. 


(2010.10.27)




내가 하와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는 아마도 마노아 인듯하다. 마노아는 하와이대학이 있는 곳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드는 곳이다. 비가 자주 와서 나무와 풀이 초록초록 우거졌다. 공기가 상쾌하다. 콘도 건물과 빌딩 등 고층건물이 없다. 집들은 대부분 오래된 하우스들이다. 마노아에는 쇼핑센터가 하나 있다. 쇼핑센터에는 세이프웨이 슈퍼마켓 하나와 롱스드럭스가 있다. 롱스드럭스는 약국이지만 미국의 약국이 그렀듯 거의 슈퍼마켓 기능을 한다. 음식점은 아주 오래된 이태리 음식점으로 파에사노가 있다. 크레페 집도 있고, 한식집, 버거집, 빵집, 스시집 등이 있다. 맥도널드도 있고, 서브웨이, 피자집, 빵집도 있다. 은행도 있고, 주유소도 하나 있다. 이 가운데 내가 주로 가는 곳은 역시 커피숍이다. 쇼핑센터 안에 커피빈이 있고 길 건너편에 스타벅스가 있다. 

마노아에는 심심할 때도 가고, 답답할 때도 간다. 심심할 때는 야외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답답할 때는 차를 마시면서 푸릇푸릇한 산을 바라본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앉아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무료함도 가시고 답답함도 풀린다. 하와이는 멋진 바다가 많기 때문에 답답할 때 바닷가에 가서 파도치는 것을 보면 많이 풀리겠지만 나는 바다보다 산에서 위안을 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마노아 같은 곳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와이키키 치즈케이크 팩토리 앞

와이키키는 복잡하다. 모든 호텔들이 몰려있다.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등 명품 브랜드와 음식점이 셀 수 없이 많다. 치즈케이크 팩토리, 울프갱 스테이크, 야드 하우스, 하드락 카페 등 온갖 음식점과 주점, 호텔 뷔페가 즐비하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와이키키의 대로인 칼라카우아 애비뉴를 걸어 다니는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쇼핑백을 여러 개씩 들고 다니는 사람들, 윈도쇼핑하는 사람들, 수영복만 입고, 서핑 보드만 들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많다. 밤에는 길거리 공연으로 이곳저곳이 소란스럽고 음식점이나 아이스크림집 앞에는 기다리는 줄이 늘어서 있다. 

나는 와이키키도 가끔 걷는다. 집이 와이키키 초입이라 걸어서 나가면 된다. 와이키키는 주로 밤에 걷는다. 걸으며 쇼윈도보다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하와이를 구경하러 오는데 나는 그 사람들을 구경한다. 하지만 와이키키는 30분만 걸어도 피곤해진다. 잠시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활기 띤 거리를 구경하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사람이 많고 복잡하다. 와이키키의 끝 카피올라니 공원에 들어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 화려한 불빛과 소음, 사람들은 머리를 아프게 하는데 나무와 꽃, 바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마노아에서 와이키키까지 차로 15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거리, 이렇게 딴 세상이 공존하고 있다. 


07.1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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