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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14. 2021

미국의 선거

하와이 사는 이야기

쌍무지개가 뜬 어느 날


지난 11월 2일은 중간선거가 있었던 날이다. 미국에서 투표는 시민권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 처음으로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니 한번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으면서도 선거하는 날은 노는 날이라고 생각했을 뿐, 투표해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미국에 와서 지난 10여 년 동안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하다가 이제 겨우 투표할 자격이 주어지니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게 사람 심리인 것 같다.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또 다른 이유는 하와이는 투표할 수 있는 인구가 적어 보통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가 불과 몇만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 상하원과 시의원의 경우는 심지어 몇백 표, 몇십 표 차이로 결정 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내 한 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투표를 하려면 미리 자신이 사는 지역의 유권자 명부에 등록을 해놓아야 한다. 한 달 전쯤 유권자 명부에 소피와 함께 등록했다. 중간선거 이전에 예비선거를 치르는데, 이것은 민주당, 공화당 등 지지하는 당을 골라 그 당 내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하와이는 민주당이 강세를 띄고 있고 뽑아줄 만한 후보도 민주당에서 많이 나온다. 그래서 나도, 소피도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리고 11월 2일 중간선거를 맞았다. 영어로 General Election이라고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 중간선거라고 칭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가 없는 해의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인 2012년은 총선이 되는 셈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와이에서는 1명의 연방상원의원, 2명의 연방하원의원, 주지사, 그리고 다수의 주 상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예비선거에서 당을 먼저 선택하고 그 당 후보들만 찍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중간선거에서는 당과 관계없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면 된다. 나는 대부분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미국 본토에서는 공화당이 압승했지만, 하와이는 역시 민주당의 아성을 꺾기 어렵다. 

미국 선거에 처음 참여하면서 느낀 건,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문을 매일 읽는 나도 일부 주 상하원 의원, 시위원, 특히 교육위원 등은 생소하다. 그들의 비전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다른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주 헌법 개정에 대한 찬반투표도 그 내용이 충분히 홍보되지 못한 듯하다. 결국은 TV, 신문에 광고를 많이 하고, 우편광고(direct mail) 등을 무작위로 뿌리며 선거비를 많이 쓰는 후보가 이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선거자금을 많이 모금한 후보가 돈을 많이 쓰고 결국 당선되는 공식이라고나 할까. 선거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많은 지지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논리라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선거자금을  내기 어려운 저소득층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려워진다. 


(2010. 11.10)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이민 와서 살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4년에 한 번씩 있는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에서 워낙 많이 다루니 약간의 관심이 생길 뿐, 연방 상하원 의원이나, 주지사나 시장 선거도 점점 관심에서 멀어진다. 주 상하원 의원 선거는 말할 것도 없다. 처음 투표권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는 미국에서는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렇지 못하다. 

왜 정치에서 관심이 멀어질까? 선거가 내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내가 당장 살아가는데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각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한 후보가 다른 후보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선거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 하는 점과 미디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냐 아니냐 하는 점 정도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후보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젊었을 때부터 선거에 나오면 이득이 되는 듯하다. 몇 차례 떨어져도 계속 선거에 나옴으로써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07.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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