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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21. 2021

영어공부는 끝이 없다

하와이 사는 이야기

지난주 산행 중에 만난 달팽이. 내 영어공부 속도와 똑같다. 그래 뒤로만 가지 마라.  


올 해의 계획 1


세우려면 벌써 세웠어야 했다. 올 해도 벌써 열두 달 중 한 달이 지났고, 그다음 달의 반이 지났으니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계획 또는 목표는 전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백번 낫다. 목표가 없다고 해서 세월이 중지되거나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표가 있으면 가야 할 길이 좀 더 명확해지고 왜 그 길로 가야 하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안 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그럼 올해의 목표 또는 계획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지난 글들을 돌이켜보면 이미 세웠던 여러 해의 목표를 지금 현재의 목표로 다시 채택해도 될 듯싶다. 지난 목표 가운데 이룬 것도 있고 이루지 못한 것도 있다. 어떤 것은 이루었는지 아닌지 정확히 알기 힘든 것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이루기 어려운 것도 있다. 어찌 보면 이룬 목표보다 이루지 못한 목표가 더 중요하다. 이루지 못한 목표는 그만큼 원하면서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그 이루지 못한 목표를 다음 해의 목표로 다시 정하고, 그 해에도 이루지 못하면 또 다음 해에 다시 목표로 세우고... 그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고 평생을 살아도 좋다. 비록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해가 거듭되면서 그 목표에 가깝게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목표가 뭐가 있을까. 내가 수 년째  목표로 삼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영어다. 영어는 미국에 오기 훨씬 전부터, 대학 때부터 목표였다. 영어를 잘하는 것, 구체적으로는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를 원어민처럼 하는 것이다. 왜 이런 목표를 설정했을까 한국에 있을 때는 다른 많은 한국인들처럼 시험과 사회에서의 경쟁력 때문에 이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그래서 유학까지 오게 됐고, 유학 와서 영어공부를 하고, 대학원까지 다녔다. 그래서 그 목표를 이뤘나? 전혀 아니다. 아무리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와도 지금 내가 하는 영어는 원어민이 하는 영어와는 차이가 크다. 한 살 때 미국에 와서 지금 열다섯이 된 세라가 지금 나보다 영어실력이 훨씬 낫다. 영어문법만 빼놓고.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내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아직까지 내가 영어를 사용하는데 자연스럽다기보다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겠다. 


어떻게?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고 - 한글 책 1권에 영어 1권 비율- 뉴스나 드라마 등 영어 방송을 많이 듣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영어로 쓰고- 블로그도 가끔씩 영어로 써야겠다 - 영어로 말할 기회를 더 활용하고.. 쉽지는 않지만 노력해야 될 부분이다. 한국에 살면서 영어는 경쟁력이지만 미국에 살면서 영어는 생존에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영어실력이 사회적 위치까지 결정한다. 


(2011. 2.15)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영어는 평생 배워야 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모국어가 영어이거나 어릴 때 와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이 그렇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이전에 오면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의 나이에 온 이민자들은 대부분 영어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물론 영어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단지 영어가 모국어처럼 일상화되어서 드라마나 코미디를 볼 때 자연적으로 반응하는 포인트가 원어민들과 같아지는 것은 쉽지 않다. 드라마보다는 뉴스가 쉬운 편인데 뉴스를 들을 때도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 BBC 뉴스를 가끔 보는데 아래에 자막으로 앵커가 하는 말과는 별개로 단신 속보들이 지나가는데 이것들을 읽다 보면 정작 앵커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앵커가 하는 말보다 자막으로 지나가는 단신 속보가 더 쏙쏙 들어온다. 자막 뉴스를 빼 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다. 영어 말하기의 경우도 일대일 대화가 가장 쉬운 편이라면,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대중 앞에서 자신 있게 연설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 모르겠다.


남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듣는 것이 읽는 것보다 어렵다. 같은 소설책을 읽을 때도 글로 보면 이해가 되는데 산책을 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듣다 보면 자꾸 생각이 다른 데로 흐른다. 그러다가 생각이 오디오북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하지만 산책을 끝날 때쯤에는 오디오북으로 들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만 많이 한 느낌이다. 미국에 살면서도 많이 못하는 것은 쓰기와 말하기다.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니 쓸 기회가 별로 없다. 일부러 블로그 등에 일기처럼 쓰지 않으면 꾸준히 쓰기가 힘들다. 겨우 쓰는 것은 가끔씩 쓰는 이메일이 전부인 것 같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국제결혼을 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간의 대화도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한다. 영어권인 세라와 영어로 말할 수는 있겠지만 딸 하고는 영어로 대화하고 싶지가 않다. 세라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온 것이 습관화됐다. 세라가 어렸을 때 내가 세라한테 영어로 말할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면 나는 영어가 부쩍 늘겠지만 세라가 한국어에서 너무 멀어질 것이 우려됐다. 그래서 나는 세라에게 한국어로 말하고 세라는 영어로 대답한다. 그렇게 한국어로 말했기에 지금 내가 한국어로 말해도 세라는 한자어를 쓰지 않는 한 대부분 알아듣는다. 물론 대답은 영어로 한다. 반면 택스트를 보낼 때는 둘 다 영어로 한다. 세라가 한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소리만 낼뿐이지 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 얘기가 딴 곳으로 흘렀다. 어쨌든 미국에서 사는 한 영어공부는 끝이 없을 것 같다.  


07.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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