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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24. 2021

평생 친구

하와이 사는 이야기

카네오헤의 보타닉 가든


올해의 계획 2


올 해의 계획 첫 번 째는 영어공부였다. 영어공부는 수년간 지속되어 왔던 계획이자 목표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는 뭘까. 두 번째는 마음이 통하는 평생의 친구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친구에 대한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 같은 학교를 다녔던 사람,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 같은 직장의 동료.. 친구로 구분하자면 모두 충분히 친구의 자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친구란 좀 더 친밀한 관계의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싫은 것을 요구해도 '아 그 친구가 뭔가 사정이 있는가 보다' 이해하고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관계가 내가 말하는 친구관계다. 겉으로 내보이는 표정이나 몸짓보다 그 표정 안에 감춰져 있는 진심을 읽을 수 있는 사이, 나보다 그를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안다. 이처럼 이상적인 친구를 만나기는 무진장 어려울 것임을. 그러니 그럴만한 자세가 되어있는 정도라도 친구라는 카테고리에 포함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마저도 찾기 어렵다. 특히 외국에 살면서 그만한 사람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한국에 있을 때는 중고교나 대학 동창, 회사 동료니 하는 친구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들이 내가 말하는 평생 친구에 포함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다. 그냥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끔씩 만나 사는 얘기 좀 하고, 술 한잔 같이하고 그러다가 비슷한 관심사가 있으면 좀 더 얘기하고 그렇게 지내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나 간다'라고 한 마디 하곤 미국으로 날아왔다. 미국에 온후 십여 년간 (음~ 벌써 14년이 지났군) 한국에 잘 안 가니 점점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이 멀어지고 결국 뜸해지게 된다. 아주 친하게 지냈던 중학교 친구들 두 명의 소식도 지금은 전혀 알지 못한다.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것. 이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느꼈다. 그래도 친구는 필요하다. 그 친구가 미국에 있건, 한국에 있건, 유럽에 있건, 지구 상 어딘가에 살아 있는 한 문득 전화를 걸어와서 혹은 갑자기 찾아와서 "근데 말이야 이러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면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 없이 답해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나도 불현듯 찾아가서 무슨 일이든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그런 친구를 하나 만드는 것, 이게 가능한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올 해의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2011. 2.15) 




미국 이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냥 서로 조금 아는 사람들을 친구의 범주에 넣는다면 적은 수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내가 말하는 친구의 범주에는 속하려면 그 정도의 관계로는 부족하다. 이민 온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한인들과의 관계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철저하게 로컬 사회에 속하려고 노력하고 주변의 지인들도 영어권 사람들이 많다. 그러려면 사고방식이나 언어가 로컬 사람들과 유사해야 한다. 영어도 아주 잘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온 1세들 가운데에는 이런 사람은 드물다. 아주 어릴 때 이민 온 1.5세나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 정도가 되어야 해당되는 경우다. 물론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두 번째는 한인 이민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어로 대화하는 한인들이다. 한인교회에서 만나는 교인, 골프 모임이나 등산 동호회에서 만나는 한인들이 주로 만나는 지인들이다. 직장도 한인 사회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세 번째는 그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한인 사회에 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로컬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거나 다니더라도 한인 교회가 아니라 영어로 하는 로컬 교회에 간다. 직장은 한인사회를 벗어났기 때문에 회사에 가면 대부분 영어로 소통을 한다. 물론 그런 회사에 한인이 있으면 당연히 한국말로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는 피상적이다. 


한국에서는 학교를 통해서, 직장을 통해서, 또는 고향을 통해서 이래저래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집보다는 회사에서, 음식점에서, 주점에서,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요즘은 한국도 가족 중심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철저하게 가족중심으로 돌아가는 이민자들의 생활과는 차이가 많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 


가깝든 멀든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학창 시절에 만난 것 같다. 중학교 동창 두세명 - 2011년에 썼던 위의 글에서 연락이 끊겼던 두 명의 친구 중 한 명과 다시 연락이 됐다 - 고등학교 동창 두세명, 대학동창 서너 명, 그리고 회사 동료 선후배 몇 명이 있다. 하와이에 와서 직장을 통해 알게 된 몇 명도 있다. 로컬에는 테니스 치다가 만난 몇 명 정도다. 운동하다 만난 로럴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만날 일이 별로 없다. 하와이에서 직장을 통해 만난 몇 명은 가끔 만나 식사를 하거나 맥주 한잔하는 정도다. 하지만 빈도는 아주 뜸하다. 한국의 학교 동창들과 직장 선배들은 가끔 카톡으로 연결해 안부를 주고받는다. 한국에 나가면 얼굴 한 번씩 보고 술 한잔 하는 정도다. 그게 다다. 


그러고 보면 정말 마음 속속들이 털어놓을 수 있고, 또 상대도 그럴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럴만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사람을 만나기도 또 그런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무래도 10년 전 새해의 계획으로 세웠던 평생 마음이 통하는 친구 만들기에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게 낫지 싶다. 


07.2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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