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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25. 2021

흔적 남기기

하와이 사는 이야기


노을이 멋진 알라와이 운하


올 해의 계획 3


올 해의 계획 첫 번째는 영어공부였다. 두 번째는 평생의 친구 만들기다. 그럼 세 번째는 뭐가 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어젯밤부터 나를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세 번째 목표는 그 개념은 이미 떠올랐는데 표현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고른 것이 '흔적 남기기'다. 흔적 남기기란 내가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가느냐 하는 문제다. 세상의 무슨 일이든 원인 없는 것은 없다. 그러면 내가 태어난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 이유를 일찍 찾아내는 사람도 있고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이보다 찾아내는 쪽이 나을 것 같다. 내가 이제 절반 정도 인생을 살았다고 친다면 이제 더 늙기 전에 그 이유를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내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이왕 태어난 이상 뭔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어쨌든 내가 세상에 존재한 이유,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할까 하는 문제다. 


흔적 남기기는 직업과 관련될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나 타고 난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재능을 아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알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을 다 허비한다. 아니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깨닫는 사람이 오히려 극소수다. 나는 그걸 알고 싶고, 그것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 분야에서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얘기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참 많은 분야에서 재능이 남보다 뛰어나지 못함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분야에서는 그래도 내가 재능이 있는 것 아닐까 희망을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다. 비록 확실히 재능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 그 분야에 좀 깊숙이 들어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지금쯤 답답해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기서 그걸 밝히고 싶지는 않다. 아직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천기누설^^도 우려되고... 어쨌든 이런 이유로 흔적 남기기를 올 해의 계획 중 하나로 포함시켜야겠다. 


올해의 계획을 계속 나열하라면 백 개쯤이라도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 또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영어 공부, 평생의 친구 만들기, 흔적 남기기 이 세 가지는 올 한 해만의 계획으로서는 너무 크다. 평생의 목표로 세워도 될 듯하다. 일 년이 지난 후, 10년이 지난 후 지금 열거한 세 가지 목표를 다시 돌아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제자리나 뒷걸음질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 목표에 가깝게 걸어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2011. 2.16)




흔적 남기기란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고 그 분야에서 업적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음악가라면 후세에 남을만한 명곡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운동선수라면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작가라면 후대에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을 쓰는 것이다. 사업가라면 비즈니스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이루는 것이다. 말해놓고 나니 너무 거창한 것 같다. 그런 것들은 일부 소수에 불과한 사람들만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거창한 것 말고 최소한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성과만 달성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현실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기조차 어렵다.   


2011년에 세웠던 세 가지 신년 계획 중에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할 듯하고 두 가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포기해야 하는 한 가지는 평생의 친구 만들기다. 친구의 개념을 넓게 본다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가족만큼 가까운 평생의 친구 만들기는 현재로선 어려울 것 같다. 나머지 두 가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영어 공부는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흔적 남기기는 일이 년 이내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죽을 때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


10년 전만 해도 아직 젊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패기는 점점 없어지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마음도 줄어든다. 아니 마음은 한창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뭔가를 새로 시작해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실행을 가로막는다. 그보다는 건강, 은퇴준비, 은퇴생활 이런 것들이 관심사가 된다. 몸이 늙어가는 것보다 생각이 더 빨리 늙어간다. 그것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07.2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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