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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31. 2021

세상 변하는 속도가 무섭다

하와이 사는 이야기

전에 쓰던 핸드폰들


구글맵


사무실 내 책상에 있는 컴퓨터의 바탕화면은 캐나다의 루이스 호수 풍경이다. 이 사진은 2년 전 캐나다에 가서 직접 찍은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무심코 그 바탕화면을 보다가 오늘은 루이스 호수를 구글 맵으로 찾아보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구글맵으로 들어가 봤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루이스 호수는 캐나다 록키산맥의 여러 산들이 만나고 흩어지면서 만들어낸 호수였다. 수만 년 쌓이고 쌓인 눈이 얼음이 되고 그 얼음물이 흘러내리면서 곳곳에 만들어낸 얼음호수 중 하나다. 캐나다 록키산 근방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호수가 지천으로 깔렸다. 그렇게 구글 지도로 2년 전에 여행 갔던 캐나다를 다시 구경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알래스카도 구경하고 그러다가 지도를 점점 좁혀서 (또는 늘려서) 눈에 익숙한 지도가 나왔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에 한국과 일본이 중국 가까이에 있다. 내가 사는 하와이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아 나는 이렇게 거의 보이지도 않는 좁은 곳에서 살고 있구나. 


나는 지도를 좋아한다. 어릴 적 종이로 된 지도만 있었을 때부터 지도 보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후 학교에서 지구본을 보고 그것을 돌려가며 세계의 각 지역을 찾아보며 즐거워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은 것처럼 구글맵은 지도에 대한 나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종이로 된 지도나 지구본이나 지도책은 그저 세상이 그렇게 생겼다는 그림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구글맵은 그 지도에 내가 직접 들어가는 느낌이다. 전 세계 지도를 보다가 관심이 가는 지역을 점차 확대하며 들어가면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이고, 도시가 보이고, 거리가 보이고, 빌딩이 보인다. 언제부턴가는 스트릿뷰라는 이름으로 실재 거리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걸어 다니던 사람까지. 획기적이다. 대단하다. 놀랍다.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을 이렇게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이. 인터넷이 사람의 상상력을 빼앗아 버렸듯이 - 최소한 내 생각으로는 - 구글맵도 지도를 보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의 상상력을 빼앗았다. 구글맵이 나오기 전에는 지도를 보면서 멀리 있는 나라를 상상했는데, 이제는 궁금하면 당장 그 나라로 들어가 본다. 그것도 순식간에. 그래서 나빠졌냐고 묻는다면 '네'라고 답할 수는 없다. 오히려 좋아졌다고, 편리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세상이 그렇게 달라졌고, 나는 지금 그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함이 약간은 씁쓸할 뿐이다. 


(2011. 2.18)




세상이 참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내가 처음 인터넷을 접한 것은 90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 한 컴퓨터 관련 회사와 함께 일을 진행하던 동료가 자신의 컴퓨터에 인터넷을 연결시켰다. 그것이 신기해 그 자리에 가서 인터넷을 연결해보면 국제전화 신호음 같은 것이 한참 동안 나다가 연결되거나 연결이 불안정해지면 툭 끊기기도 했다. 구글링이라는 말은 미국에 와서 98년에 처음 들었다. 대학원 수업 중에 한 학생이 발표를 하며 이런저런 정보를 구글링 해서 찾을 수 있다며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주었다. http와 www를 꼭 앞에 넣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인터넷이 없으면 단 몇 분도 견디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하와이에 와서 처음에는 페이저(삐삐)를 사용했다. 페이저로 연락 오는 내용을 보고 중요한 내용이면 공중전화로 연락을 했다. 그러다가 곧 핸드폰을 사용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페이저를 사용했었던 것 같다. 페이저로 연락을 받고 공중전화로 연락하느라 줄 서있던 사람들 모습이 얼핏 생각난다. 그러다 어느샌가 페이저는 사라지고 핸드폰이 대중화됐다. 물론 처음에는 데이터가 없는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집에 있던 전화기는 없애도 될지 긴가민가 하며 없앴다. 그리고 얼마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어느새 핸드폰은 내 주변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물건이 됐다.


인터넷과 통신의 발전으로 생활이 크게 달라졌다. 유튜브로 새로운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으로 현재 있는 지역에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세금이나 각종 청구서 요금에 일일이 체크를 보내야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낸다. 체크를 직접 디파짓 하거나 현금을 찾을 일이 거의 없으니 은행 갈 일도 없어졌다. 아직은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병원도 텔레헬스로 가능하니 웬만한 건 의사를 직접 찾아갈 필요도 없다. 음식도 (나는 아직 사용한 적이 없지만) 우버이트나 도어 대시 등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쇼핑도 아마존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주로 쇼핑하러 가는 곳은 코스코, 한국 슈퍼다. 그밖에는 물건을 꼭 봐야겠다 싶은 물건을 살 때만 상점에 가게 된다. 신문이나 책도 온라인이나 전자책으로 읽고, 도서관 책도 온라인으로 빌려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웬만한 일처리는 전부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코로나를 겪으며 일 자체도 온라인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제 외출은 운동을 하거나 (운동도 콘도 내에 시설이 되어 있지만)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할 뿐이다.          


가상현실의 세계까지 나왔다. 가상현실의 세계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게임을 하고, 쇼핑을 한다. 앞으로 한 세대만 지나도 은행에 가고, 마켓에 가고, 시장에 가고, 커피숍에 가고, 옷가게에 가고, 음식점에 직접 가는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집에서 잘 나오지 않고 나오는 사람은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뿐이 될지도 모른다. 출퇴근을 포함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진다면 굳이 비싼 도시에 거주해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핸드폰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이 앞으로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변화시킬지 상상이 안된다. 오래전에 목격했던, 새로운 기술 앞에서 적응이 안돼 쩔쩔매던 부모님 세대가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아 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 세상 변하는 속도가 무섭다.      


07.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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