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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Aug 08. 2021

근본적인 의문

하와이 사는 이야기

Manoa Cliff Trail 하이킹 중에


살다 보면 근본적으로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몇 가지 생긴다. 어디를 찾아봐도 명확한 답을 알기 힘들다. 답이 있다고 해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해놓은 경우가 대다수다. 심플한 대답은 없을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현실적으로 나름 생각해보자. 


1. 우리는 왜 사나? 


일단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 습관처럼. 태어난 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의지다. 부모님의 의지도 아닐 수 있지만. 태어나서 생각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님의 손에 의해 길러진다. 그렇게 자라면서  가정과 학교에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기초교육을 받는다. 살기 위해 직업을 구해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렇게 또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 결국 자신의 의지에 의해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하면서 사회적 관습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목적을 찾기도 한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하지만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럼 왜 사는가에 대한 대답은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가 가장 근접한 것 같다. 너무 단순하다. 우울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름 살아가는 이유를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자식을 위해서 산다는 사람이 꽤 많지만 자식은 또 자기 나름대로 사는 이유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2.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닐까. 먹고 자는 것이다. 먹어야 할 음식물이 있어야 하고, 자야 할 집이 있으면 일단은 살 수 있다. 건강, 행복, 돈, 명예, 교양... 모든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먹고 자는 것이다. 그 먹을 음식과 잘 집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을 한다. 좀 더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좀 더 좋은 집, 넓은 집에 살기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한다. 그 일할 직업을 구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그래서 여유가 생기면 좋은 옷을 사고, 좋은 차를 타고, 술을 마시고, 외모를 꾸미는데 돈을 들이고, 여행을 하고, 스포츠 용품을 구입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은 많지만 결국 기본은 먹고 자는 것이다.


3. 왜 일을 하는가? 


이 문제는 2번에서 이미 답이 나왔다. 자기실현이니,  어쩌니, 고상한 이유를 대기도 하지만 결국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4. 자식은 왜 낳는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으로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다. 자식의 재롱을 보는 것을 애완동물의 재롱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매우 유사한 개념이다. 애완동물과 비교하다 보니 자식은 기르는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먹을 것, 입을 것 이외에도 교육비, 커뮤니케이션 비, 오락비... 자식이 자라면서 들어가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난다. 부모 자신에게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들어가기도 한다.  


5. 외모는 왜 꾸미는가? 


여자는 물론 요즘에는 남자들도 외모를 꾸민다. 화장을 하고 멋있게 보이는 옷을 입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 두 번째는 나 스스로의 만족감이다. 남에게 보이는 것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와 이성, 동성을 막론하고 잘 보이고 싶어서다.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경우 미혼인 경우에는 잘 보여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 이해가 된다. 그럼 결혼한 사람은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을까. 있을 것이다. 불륜이나 뭐 그런 쪽이 아니더라도 이성이나 동성이나 남에게 호감을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옷을 잘 입고, 화장을 예쁘게 해서 느끼는 스스로의 만족감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2011. 9.01)




지금 읽어보니 재미있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왜 사느냐" 하는 문제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목적이 있듯 우리가 사는 데에도 목적을 두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태어난 것은 내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생각할 나이가 되었다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현실은 우리가 왜 사는지 생각할 기회나 여유를 빼앗아가는 것 같다. 평범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싱크로나이즈 스위밍처럼 매우 유사한 모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학교 진학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에 가서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취업하고 나서는 결혼을 위해 저축을 해야 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아이를 다 키운 후에는 은퇴를 대비해야 한다. 숨 가쁘게 다가오는 눈앞의 단기 목표를 해결하느라 정작 왜 사는지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생각은 소홀하기 쉽다. 


왜 사느냐에 대한 생각을 일찍부터 한다면 평범한 사람의 대열에 휩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학창 시절에 굳이 좋은 학교에 가려고 공부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그 방면으로 나갈 수 있다. 대학에서도 남들처럼 취업에 매진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일찌감치 찾아갈 수 있다. 결혼과 아이 낳는 것도 의무처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로 그런 가정생활을 원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노년도 목적의식이 뚜렷하면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미리 계획할 수 있다. 무슨 말이가 하면, 왜 사느냐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다면 내 삶이 나를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이끌고 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의욕과 용기가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런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 나는 그동안 평범한 한국인의 대열 한가운데서 대체로 삶이 나를 이끄는 대로 살았던 것 같다. 이미 대학을 다녔고, 결혼했고, 아이를 낳아 다 키웠다. 이제 남은 건 어떻게 은퇴를 준비하느냐 하는 것만 남은 듯하다. 마지막 남은 은퇴생활이라도 삶에 이끌려 가기보다는 내가 내 삶을 이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08.0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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