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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Aug 13. 2021

하와이와 나

하와이 사는 이야기

산행 중에 만난 꽃, Kahili Ginger



만약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이 있어 발생하는 것이라 가정해보자. 그러면 하와이와 나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 맨 마지막으로 미국에 편입된 주이지만 한인과는 이민의 시작점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우연히도 그 첫 한인 이민자들이 처음 도착한 날이 1903년 1월 13일, 내가 하와이에 도착한 날도 1월 13일이다. 그 세월 동안 많은 한인들이 이민을 오고, 아이를 낳고, 살다가 죽고,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가고, 한국으로 되돌아가고, 그렇게들 살았다. 내가 하와이에 온 지도 벌써 14년이 넘었다. 하와이에 대해서 알만큼 알았다고 할 수도 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서 100% 안다는 것은 자만이다. 하와이의 한인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이런 의문을 갖기도 한다. 나와 하와이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하와이, 한인 이민, 나,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2011. 9.15)




하와이와의 인연은 이곳에 처음 여행 온 것으로 시작됐다. 지금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과거에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1989년에 시작됐다. 물론 그 전에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없진 않았겠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했다. 나는 처음 해외에 갔던 게 회사에서 보내준 일본이 처음이고, 순수하게 자비로 여행을 간 건 하와이가 처음이다. 90년대 중반 처음 와본 하와이는 나에게는 천국처럼 보였다. 그때까지 줄곧 복잡한 서울에서만 살았던 나는 하와이의 하늘, 날씨, 자연, 여유로움, 친절한 사람들을 감동적으로 경험했다. 몇 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만 배낭 하나 메고 하와이로 떠났다. 일단은 유학이 목적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하와이에 살게 되었다. 그렇게 24년이 지났다.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오래 하와이에 살게 될 줄 몰랐다. 아니,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도 않은 것 같다. 세월은 참으로 빨리 지나갔다. 때로는 하와이에서 너무 오래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다른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 주거지를 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주거지를 이동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주하려는 지역에 일자리를 얻든지, 창업하든지, 아니면 일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 그 이외에도 아이가 있다면 아이 학교, 배우자의 직장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먼 곳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문제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얽혀있다.


내가 언제까지 하와이에 살게 될까 궁금하다. 여전히 하와이가 좋기는 하지만 늘 다른 곳에 살아보는 것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살아봤고 하와이에서도 살아봤으니 이태리나 스페인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도 싶다. 하와이의 자연환경이 워낙 좋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그런 혜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한 다른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는 한창 젊은 20대, 30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예 이주하는 것이나 몇 년간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두세 달씩 거주하는 방법이라도 생각해봐야겠다. 지금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말이다. 


08.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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