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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Aug 18. 2021

재외동포

하와이 사는 이야기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와 와이키키가 보인다.


송구영신 2011-12


2012 년이 시작됐다. 지난 1년 참 어렵게 보낸 것 같다. 어려움의 원인은 경제적인 것에서 비롯됐다. 2009년에 집을 산 여파가 2010년에 톡톡히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세라의 학비가 예상치보다 두 배나 더 들어간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져왔다. 어려웠던 것은 경제적인 면뿐이 아니다. 직장을 얼마나 더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이 일 년 내내 지속됐다. 이직할 준비도 안돼 있으면서 구인란을 살펴보기도 했고, 사업자금도 없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중년의 이민자를 구하는 곳은 거의 없었고, 사업자금 없는 비즈니스 구상은 구체성을 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갔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보낸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 모두 건강한 편이고, 어려운 가운데에도 모기지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냈다. 우리 형편에 쉽지 않지만 세라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다니는 직장이 있고, 일이 끝나면 내가 원하는 테니스를 치거나, 수영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세라도 내 욕심만큼은 아니더라도 공부를 잘하고 있고, 소피도 가정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 이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참 행복한 가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1년을 돌이켜보면 마음은 힘들었지만 무난히 보낸 일 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에는 어떤 일이 있으면 좋을까. 1. 은퇴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 찾기. 2. 모게지, 학비 걱정을 덜 수 있는 방법. 3. 세라의 공부. 4. 그밖에 영어, 친구, 글쓰기, 테니스 등이다. 낮은 자세, 인격수양을 쌓는 일 또한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세상에 족적을 남길 만한 특별한 재능이 내게도 있다면 이젠 그걸 찾고 싶다. 


(2012.1.04)




2000년대 이후 이민이나 장기거주 등 외국에 나와서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전부터 이민을 많이 가던 나라들 뿐만이 아니라 요즘엔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에 장단기 거주하는 한국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보다 적은 수이긴 하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에도 있고,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에도 있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과테말라 등 중남미에도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오래전에 한인들이 이주했던 중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해 한인들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한국인이 외국에 이민하거나 장기 거주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유학, 취업, 사업, 가족 초청, 은퇴 등 어떤 이유에서 외국에 나갔건 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 생각해보면 언어와 경제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일단 그 나라 말이 통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음식점에 가든, 시장에 가든, 관공서에 가든, 지나가는 사람에게 뭔가 물어보든 말이 통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퇴이민을 제외하고) 일을 해야 하고 직장에 취업하거나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 나라에 살면서 문화적으로도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해 있고, 직장인들의 연봉도 많이 올라갔다. 집값도 엄청 올랐고, 의료보험이나 교통망,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은 이미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우량 기업이 됐다. 영화와 음악 등 문화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에 살면서 한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보면 가끔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을 자랑하는 것까지야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정확한 팩트도 없이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또 일부에 불과하긴 하지만 해외로 이주해 사는 한인들을 한국을 버리고 떠난 듯이 여기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자기가 태어난 국가를 어떻게 버릴 수 있겠는가. 오히려 외국에 사는 한국사람이 고국을 더 그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외국에 오래 살아 그 나라 국적을 취득했더라도 특히 1세들은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체득한 한국문화를 평생 버릴 수 없다.      


만약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면 한국은 심각한 고립감을 느낄 것이고, 해외진출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해외에 사는 한인들은 한국의 엄청난 자원인 셈이다.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사는 곳이 어디인가가 중요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일례로 코로나가 전 세계로 전파되는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전 세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테크놀로지와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전 세계는 글로벌화된 지 오래다. 한국처럼 국토의 면적이 작고, 우수한 인재가 많은 나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게 열어줘야 한다.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의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08.1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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