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Bird Aug 22. 202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하와이 사는 이야기

알라모아나 공원, 해 질 녘



그런 남자가 있을까?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그 기준을 통계적으로 설정했다. 갤럽-헬스 웨이 웰빙 인덱스 (Gallup Healthways Well-Being Index)에 의해 설정된 행복한 남자의 기준은 다음의 일곱 가지다. 

1. 키가 클 것 2. 아시안-아메리칸일 것 3. 유대교를 믿을 것 4. 65세 이상이며 결혼했을 것 5. 자녀가 있을 것 6. 사업체를 운영할 것 7. 가족수입이 연간 12만 달러 이상일 것. 뉴욕 타임스는 이런 기준을 적용해 기준에 맞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유대교회가 3개 있는 하와이에 전화를 해서 그런 사람이 과연 있는지 조사했다. 동양계 미국인이면서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어서 순식간에 3명의 후보가 선정됐다. 그중에서 나머지 기준을 적용해보니 단 한 사람이 갤럽이 통계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딱 들어맞았다. 이렇게 선정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는 오아후 마노아에 거주하는 앨빈 쿠오 웡 (Alvin Kuo Wong)이다. 앨빈은 키가 5피트 10인치인 중국계 미국인이다. 유대교로 개종했고, 자녀가 두 명 있으며, 두 개의 헬스케어 회사와 한 개의 비영리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앨빈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선정된 것은 이미 1년 전이다. 그는 처음 자신의 선정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1년 후인 지금 그는 여전히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 앨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 이유가 몇 가지 있겠지만 하와이에 사는 것이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는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주라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로 하와이에는 여러 인종이 모여 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인내심을 배우게 되는데 인내심을 통해서 행복과 평화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와이에서는 며칠 전 달라이 라마가 하와이대학에서 고교생, 대학생, 일반인 등을 상대로 두 차례 강연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 강연에서 행복해지려면 "너무 심각해지지 말라 (Don't take yourself so seriously) "고 했다. 이 강연에 참석했던 앨빈은 달라이 라마의 말에 공감했다. "심각해지면 스트레스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앨빈은 항상 유머를 가지고 생활한다. 그는 특히 자신에 대해서도 웃어넘길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심각해지지 말자. 항상 유머를 가지자. 모든 걸 재미있게 생각하자.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해서 웃어넘기자. 


(2012.4.20)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우리는 무엇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을 행복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진행된 여러 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돈은 일정한 정도까지의 행복을 줄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먹고살 정도의 단계에 이르면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그 어느 정도가 생각보다 많은 것도 아니다. 먹을 것과 살 집,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행복은 소유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똑같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도 원하는 기준을 높게 잡으면 불행하고, 그 기준을 낮추면 행복하다. 행복은 마음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여 년 전, 즉 하와이 생활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가진 것이 훨씬 적었다. 하와이에 내 이름으로 된 집도 없었고, 저축도 별로 없었다. 매달 받은 월급은 모두 렌트비와 생활비로 나갔다. 저축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2003년까지는 좋아하는 여행도 다니지 못했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는 돈도 아껴 써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주말마다 하와이 곳곳을 다니며 신기해했다. 원하면 언제든 차로 5분만 가면 바다가 나왔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비치에 누워 있기도 하는 시간이 좋았다. 공원에 가서 자리를 깔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거나 집에서 싸온 음료수와 김밥을 먹는 것도 행복했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몰라도 그냥 그렇게 하와이에서 그 순간을 지내는 것이 좋았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좋게 보이는 것일까?


지금은 그때보다 가진 것이 많다. 아직 모기지가 남긴 했지만 집도 있고 은퇴를 대비해서 401k 든 개인연금이든 저축도 하고 있다. 아이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돈 들어갈 일이 거의 없다. 여행을 좋아해 1년에 한 번 정도씩 여행도 다니고 있다. 맥도널드 햄버거는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지만 더 맛있는 버거들의 맛을 이미 봤기때문인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 바다는 여전히 가깝지만 바다에 가기보다는 콘도 수영장에 간다. 공원에서는 산책을 할 뿐이지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눕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지금도 예전과 똑같이 충분한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10년 전, 20년 전과 굳이 비교한다면 그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때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 줄었을 뿐이다. 아주 좋은 환경도 그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나면 만족감이 떨어지듯이 말이다. 하와이에 너무 오래 산 걸까? 


은퇴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은퇴시점을 8년 정도 후로 잡고 있다. 은퇴준비가 잘 되고 있는 걸까? 은퇴 관련 정보를 찾아봐도 아직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아주 넉넉하진 않더라도 은퇴해도 현재와 비숫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많이 모자라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물가가 비싼 하와이에서는 더욱 가늠하기가 어렵다. 은퇴한 이후 계속 하와이에서 살 것인가도 결정하기 어렵다. 하와이는 날씨 좋고, 안전하고, 편하다. 다른 후보지들과 비교해보면 단연 하와이가 좋을 것 같은데 만약 이대로 하와이에서 은퇴한다면 이미 하와이가 너무나 익숙해진 나도 과연 앞으로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 오래곤, 워싱턴, 네바다, 콜로라도, 유타, 플로리다 등 미국, 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의 유럽,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의 중남미, 그리고 한국까지 은퇴 후보지는 많다. 열거한 지역에서 골고루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08.21.2021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 선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