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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로키 3

코로나 시대의 여행

by Blue Bird
20211024_142307.jpg 스탠리 호텔 테라스에서

스탠리 호텔은 여러 개의 건물로 되어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곳으로 들어가려니 입구에서 주차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10불씩이나. 그리 오래 머물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단 10불을 내고 주차 토큰을 하나 받게 되고 호텔 내 식당에서 뭔가를 사 먹으면 그 토큰을 5불로 쳐준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차피 배가 좀 고파서 여기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으니 결국 주차비는 5불인 것이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내려보니 날은 서늘하지만 햇살이 따뜻했다. 해를 쳐다보니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눈부셔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해도 매우 가깝게 있었다. 하지만 날이 서늘했기에 그 햇살이 더욱 따사롭게 느껴졌다. 호텔을 한번 둘러보고 레스토랑을 얼핏 보니 햇살이 없는 쪽이다. 반면 테라스에는 아주 따사로운 햇살과 로키산의 기막힌 경치가 보였다. 우리는 커피숍에서 파이 두 조각과 라테를 시켜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로키 산 경치를 바라보며 테라스에 앉아있으니 이 호텔이 정말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여러 시간 동안 운전하며 쌓인 피로가 금세 풀렸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꼬박꼬박 졸고 싶기까지 했다. 스탠리 호텔은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 (Shining)의 모티브가 되었던 곳이다. 화장실에 가니 영화 샤이닝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유령이 나온다는 설도 있고 그걸 소재삼아 프로모션도 하지만 흉가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오래 머물고 싶은 멋진 호텔이다.


여기서 덴버공항까지는 2시간 정도 거리다. 우리 일정은 공항으로 가서 차를 반납하고 타운 중심까지 연결되는 경전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랜트카를 반납한 다음 가방을 끌고 경전철을 타고 들어갈까 하다가 아직 어두워지기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차를 반납하기 전에 먼저 호텔에 들러 체크인하고 가방을 방에 두고 차를 반납하러 가기로 했다. 시간적으로는 더 많이 걸리지만 캐리어 없이 다닐 수 있으므로 홀가분한 쪽을 택한 것이다.


아트 호텔 (The Art)은 분위기가 좋았다. 4성급 호텔로 직원들의 프로정신이 엿보인다. 호텔 이름처럼 로비와 객실에 예술작품들이 눈에 띈다. 우리를 체크인해준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흑인 여자인데 매우 상냥하다. 방을 배정받아놓고 차를 반납하러 공항으로 행했다. 공항으로 연결되는 경천철 A라인은 타운 중심 유니언역까지 37분 걸리고 가격은 10달러 50센트다. 운행은 15분 간격이다. 경천철을 타고 유니언역에 내려서는 우버를 불렀다. 호텔은 채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우리는 역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버가 도착했다는 표시는 나오는데 차가 보이지 않는다. 역사 앞이 넓어 탑승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보통 웬만한 우버 기사는 이럴 경우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오는데 이 사람은 아무런 연락 없이 깜빡이만 켜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기본 서비스 요금만 받고 가버릴 생각이었나 의심. 어쨌든 깜박이는 차의 번호판을 확인하고 차에 탔다. 호텔 바로 앞의 burgerfi라는 곳에서 저녁으로 햄버거를 두 개 픽업해 방으로 들어갔다.


20211025_100504.jpg 아트호텔 내 레스토랑 Fire


이 호텔도 아침식사 대신 하루에 24달러의 크레딧을 준다. 그런데 그날의 크레딧은 그날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것이다. 저녁은 이미 픽업했기에 바에서 맥주 두 잔과 진 한잔을 사 햄버거와 함께 저녁을 대신했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8층이었다. 바로 앞에는 박물관 같은 것이 있길래 찾아보니 Colorado History Museum이다. 내일은 차 없이 걸어 다니며 덴버를 구경할 예정이니 이 박물관에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호텔은 마음에 들었다. 방, 화장실, 침대, 서비스 만족스러웠다. 아침은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 Fire에서 해결했다. 간단한 아침식사가 16~20 달러 정도라 싸지는 않았지만 음식의 질과 맛은 만족할 만했다. 운동화를 신고 혹시 추울 것에 대비 점퍼를 챙긴 후 덴버 시내 탐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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