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콜로라도 로키 6

코로나 시대의 여행

by Blue Bird
Balance Rock, Garden of Gods, Colorado Springs


6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일찍 호텔 체크아웃하고 덴버공항으로 가서 차를 3일간 랜트할 예정이다. 차를 덴버 타운에서 랜트할까, 공항에서 랜트할까 알아보다가 공항에서 랜트하면 마지막 날 시내로 들어올 필요가 없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차는 미드사이즈 SUV인데 공항 엔터프라이즈에서는 가격이 꽤 세다. 다른 랜트카 회사를 둘러보다가 버젯 랜트카를 찾았다. 가격이 3일에 184달러면 엔터프라이즈의 반값이다. 서비스가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버젯에서 빌리기로 했다. 덴버 시내의 호텔에서 공항까지 우버를 찾아보니 38달러가 나온다. 우버 가격은 시간에 따라 많이 다른데 이 정도 가격이면 좋다고 생각됐다. 체크아웃하면서 남은 크레딧으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픽업하고 로비에서 우버를 기다렸다. 우버는 제시간에 왔고 우리를 버젯 랜트카 사무소로 내려주었다. 이곳은 우버 운전하는 사람들 가운데 나이 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은퇴하고 소일하며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 우버 운전을 하는 걸까?


버젯 랜트카에는 직원들은 많고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아이디를 보여주자 라인 x에 주차되어 있는 라이센스번호 xx인 차를 타라고 한다. 하지만 지정된 자리에 가보니 라이센스가 다른 엉뚱한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사무소로 다시 가서 말해줬더니 미안하다며 다른 라인에 서있는 다른 차를 지정해줬다. 그곳으로 가니 새로 지정해준 차가 있었다. 그런데 캐리어를 싣고 시동을 켜니 Maintenance required 싸인이 나왔다. 이 상태로 그냥 타고 갈 수는 없다. 다시 사무소로 가서 말했더니 다른 차를 앞으로 가져다주겠다고 한다. 잠시 후 온 차는 방금 세차한 듯 물이 뚝뚝 떨어지는 Jeep compass 였다. 차를 가져온 사람은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몇 번 닦더니 이제 가도 된다고 한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운전석에 앉았다. 백미러를 조정하고 버튼이 어디 있는지 알아본 후에 차를 출발했다. 운전대를 잡자 단단한 느낌이 전해졌다. 서비스는 어설펐지만 차는 마음에 들었다. 3일간 운전할 차이며 높은 산에도 올라갈 차다.


GPS를 Garden of Gods로 맞춰놓고 덴버의 남쪽 도시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향해 출발했다. 공항에서 콜로라도 스프링스 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다. 청명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하이웨이를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얼마 후 Garden of Gods에 도착했다. 일단 호텔에서 픽업한 아침을 먹으려고 카페에 들렀다. 커피를 두 잔 시켜서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야외테이블을 안내해 준다. 음식은 식었지만 햇살이 따뜻하고 커피가 따뜻하니 좋았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있는데 바로 옆쪽 산에서 사슴이 몇 마리 후다닥 지나간다. 식사 후엔 본격적으로 구경에 나섰다. 이곳은 차로 천천히 돌면서 보면 15분~20 정도면 볼 수 있는 곳이다. 중간에 내려서 사진도 찍고 그러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지금은 비수기인데 다른 관광지에 비해 사람이 꽤 많았다. 우리도 천천히 구경한 후 다음 목적지인 Pikes Peak으로 향했다.


Pikes Peak, Colorado


파이크 픽은 정상 높이가 14,115 ft로 높은 산이다. 차도 올라갈 수 있지만 케이블카로도 올라갈 수 있다. 표를 사려는데 입구에서 안내원은 정상 부근에 내린 눈으로 현재는 12,000 ft 부근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상은 언제 눈이 녹을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올라갈 수 있을지 매일 전화해봐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12,000 ft까지만이라도 올라가기로 했다. 안내원은 내가 탄 SUV를 보더니 로우어 기어에 익숙하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고 하니 매표소에서 나오더니 기어를 왼쪽으로 밀면 로우어 기어가 나오고 앞뒤로 움직이면서 변속을 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내려올 때는 2단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내 차는 SUV가 아니라 이 차에 이런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날부터 차를 반납할 때까지 로우어 기어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 안내원의 작은 친절함이 참 고맙다.


Pikes Peak 설경이 멋졌다. 10,000 ft 이상 올라가자 눈이 약간 덜 녹은 곳은 도로가 조금 미끄럽다. 우리는 갈 수 있는 최고점까지 간 후 천천히 내려왔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나는 가슴이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는데 소피는 별로 못 느끼겠다고 한다. 나는 지난번 로키산에 올랐을 때도 그렇고 파이크 픽에서도 분명히 느꼈다. 체한듯한 느낌과 비슷하다. 천천히 내려와 호텔 쪽으로 향했다. 호텔은 힐튼 가든 인 콜로라도 스프링인데 아직 오후 4시다. 벌서 호텔에 들어가면 할 일이 없다. 가까운 곳에 미공군사관학교가 있어 그곳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학교 입구에서부터 비지터센터까지 차로 한참 달린 것 같다. 학교가 이렇게 클 수도 있나 싶을 정도다. 여기서는 학교 안에 있는 채플이 아주 멋지다고 하는데 여기도 공사 중이다. 이번 여행에는 공사 중인 곳, 눈 때문에 못 올라가는 곳이 여럿이다. 그래도 코로나 시절에 이렇게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 호텔에는 해질 때쯤 도착했다. 저녁은 우버이트로 P.F Chang에서 시켰다. 치킨 래터스 랩과 볶음밥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콜로라도 로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