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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Dec 21. 2021

코로나 회복기

하와이 사는 이야기

코로나 약이 없어 대신 먹고 있는 독감약  


드디어 나도 코로나에 걸렸다. 집에 가만히 있었는데도 코로나에 걸리고 만 것이다. 실은 가족 모두가 걸렸다. 코로나는 아주 먼 남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주 가까이 있었다. 도대체 코로나가 어떻게 우리 집까지 도달했을까? 그 자세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논리적인 추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집에는 50대인 나와 소피, 20대인 세라가 살고 있다. 세라는 캘리포니아에 회사가 있지만 리모트로 일을 하기 때문에 요즘엔 주로 하와이 집에서 일을 한다. 세라는 지난 12월 12일에 열린 호놀룰루 마라톤에 참가하러 본토에서 온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10일 저녁에 나갔다. 그다음 날은 하와이에 사는 친구의 생일이라고 밖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12일에는 집에서 거의 종일 잤다. 13일 월요일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집에 있는 코비드 테스트 킷을 사용해 테스트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고 한다. 아침으로 한식당에서 순댓국을 픽업해와 같이 나눠먹으면서 내가 세라에게 들은 말은 "코로나 테스트를 했다"까지 였다. 그런데 저녁에 소피가 일 끝나고 와서 하는 말이 세라가 코비드 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코로나 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왔음에도 왜 아침에 제대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음식을 같이 먹거나 식탁에 같이 앉아 있으면 좋지 않다는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세라는 자신의 방에서는 물론 주방과 거실, 화장실을 다니면서 계속 기침을 해댔다.  


때는 늦은 것 같지만 그때부터 조심하기 시작했다. 세라와 소피, 나 모두 집에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세라가 주방에 가면 거실 쪽으로 피했다. 가능하면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다. 세라의 방을 뭔가로 막고 싶었지만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15일 수요일에 소피와 카피올라니 공원에 가려고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와 소피는 말짱했고, 코로나에 걸렸다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공원에 비치체어를 놓고 잠시 앉아있는데 몸이 으슬으슬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감기가 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던 홈 테스트 킷으로 검사를 해봤더니 양성이 나왔다. 소피도 양성이었다. 어느새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으니 돌파 감염인 셈이다. 지난 5월, 세라는 모더나를 두 번, 소피와 나는 화이자를 두 번 맞았다. 그리고 세라는 5개월간 본토 곳곳을 여행하고 돌아왔고, 소피와 나는 10월 말에 콜로라도에 9일간 다녀왔다. 그래도 괜찮았다. 세라는 여러 번 테스트를 했는데 계속해서 음성이 나오다가 지난 월요일 테스트에서 처음 양성이 나왔다. 소피는 세라가 테스트한 같은 날 음성이 나왔고, 그다음 날도 음성이 나왔지만 수요일에 양성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집 코로나는 본토에서 왔다는 세라의 친구 또는 하와이에 살고 있는 생일파티에 갔던 친구로부터 세라를 통해 소피와 나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인구를 3억 3천이라 잡으면 지금까지 미국의 누적 확진자가 5천200만이니 미국인의 15.7%가 코로나에 걸린 것이고, 나도 여기에 속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실제 확진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우리 가족도 정식으로 테스트를 한 것도 아니고 통계에 잡히지도 않은 것이다.   


나는 점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일단 집에 있던 타이레놀을 먹었다. 그날 밤에는 계속 열이 오르내리고 오한이 들었다. 기침도 나왔다. 밤에는 무릎이 쑤셨다. 열 때문인지 10분이 멀다 하고 잠이 계속 깼다. 열은 98.7도, 별로 높지도 않았다. 독감 증세와 유사했다. 소피는 몸이 아프지 않았고 머리가 콕콕 쑤신다고 했다. 그래도 양성이 나왔으니 회사는 일단 목요일부터 쉬기로 했다. 의사에게 연락했더니 일단 독감약을 처방해주었다. 밖에 나가는 것이 꺼려졌지만 그래도 약은 사야 했다. 다음날 아침 소피가 알라모아나 롱스드럭에 가서 의사가 처방해준 독감약을 픽업해왔다. 소피는 본의 아니게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생기자 집에 먹을 게 없다며 동그랑땡을 부치기도 했고, 오랜만에 커튼도 뜯어 빨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그리 높지는 않지만 열이 오르락내리락했고, 기침이 나왔다. 


이틀 정도 지나니 열과 기침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외출을 삼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답답했다. 나는 집에서 매일 아침마다 30분 정도 하는 요가 동작을 3일간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다. 저녁에 2시간 정도 공원 산책은 참고 있다. 1주일에 두 번 아침에 하는 수영장 자쿠지와 일광욕도 참고 있다. 그런 점이 조금 불편할 뿐이다. 이제 코로나 양성임을 알게 된 날로부터 5일이 지났다. 열은 내렸고 독감 약도 다 먹었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몸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래도 나는 10일을 채우는 24일까지는 수영이든, 산책이든 외출을 삼갈 예정이다. 


그런데 감염되고 나니 궁금한 것이 생겼다. 백신 두 번 맞고, 돌파 감염되었다가 회복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부스터 샷 맞은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항체가 생기지 않았을까? 몇 주 지난 후에 다시 검사를 해보면 양성이 나올까 음성이 나올까? 앞으로 4차, 5차 부스터 샷이 나와서 접종을 권하면 나도 맞아야 하는 건가? 


만약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고 이 정도라면 계속 부스터 샷을 맞게 하기보다는 코로나에 걸려서 자연스레 생기는 항체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후유증이 없다는 가정에서다. 감염 후유증이나 백신 부작용에 관해서라면 아직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지나야 밝혀질 수 있을 듯싶다. 최근 델타는 물론 오미크론 변이로 유럽과  뉴욕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불가지 한 상황인 가운데 지금까지 내가 두 번의 화이자 백신을 맞고, 코로나 양성이 나오고,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은 인간의 과학기술이 지금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까지 건드리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작용을 떠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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