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Blue Bird Sep 10. 2022

할로윈

하와이 사는 이야기 6

2002.11.02


미국에 처음 와서 참 이상한 풍습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할로윈이라고 부르며, 마치 마귀나 괴물이라도 된 듯, 온갖 무서운 가면이나 옷을 입고 밤거리를 다니기도 하고, 집집마다 호박 귀신을 달아놓고 이상한 옷을 입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것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할로윈을 즐기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재미있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슬슬 구경하러 다녔다. 마귀할멈, 지옥의 사자, 드라큘라는 기본이고, 이름 모를 무서운 짐승에서부터 머리가 반쯤 잘려서 피를 뚝뚝 흘리는 얼굴까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과연 누가 얼마나 더 기괴한 차림을 하느냐를 겨루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는 해를 거듭하며 할로윈이 아일랜드의 민속행사에서 유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망령이 지상에 머물러있다가 여름이 끝나는 10월 31일 밤에 동네로 몰려들어 적당한 사람이나 동물에 붙어 있다가 저승으로 간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10월 31일 되면 망령이 들러붙지 못하도록 최대한 무서운 차림을 하고 망령을 쫓아낸다고 한다. 할로윈에 아이들이 집을 두드리며 말하는 “트릭 오 트릿”(장난을 원하나요? 아니면 캔디를 주실래요?)을 듣는 한인들 중에 "해피 할로윈” 하며 사탕 바구니를 내밀 정도라면 미국 사람 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1.02.22 


재미있는 일도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 재미가 반감되거나 더 이상 재미가 없게 된다. 할로윈도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매년 똑같은 것이 반복되니 전혀 재미가 없다. 게다가 거의 모든 퍼레이드와 행사가 열리는 와이키키의 입구에 사는 나는 퍼레이드나 할로윈 같은 행사가 더 이상 반갑지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교통이 복잡해지는 점 때문에 행사가 너무 자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닌 평범한 날에는 와이키키를 걷는 것이 좋다. 알라모아나 공원이나 알라와이 운하 쪽으로 가면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지만, 약간의 사람들이나 상점들을 스치며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와이키키를 걷는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와이키키 거리는 밤늦은 시간까지도 늘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쇼핑하는 곳이다. 와이키키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인종도 참 다양하다. 전 세계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하와이를 구경하려고 와이키키를 걷지만 나는 전 세계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와이키키를 걷는다. 


전 세계의 명품 브랜드가 모여있고, 유명 음식점과 브류어리, 수많은 호텔, 거리공연까지 끊이지 않는 곳, 게다가 바다 경치와 비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하와이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세라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의 매일 밤마다 산책 삼아 걸어 다니곤 했던 곳이다. 그 세라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성인이 되었으니 참 오래도록 이 거리를 걸어 다닌 듯하다.        



이전 05화 자동차 쇼핑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하와이 사는 이야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