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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31. 2020

여행을 가야 하는데 (2010)

2020년에 돌아본 2010년 휴가

여름이다. 작년 이맘때는 이미 여행을 다녀왔다. 6월 중순에 이미 캐나다 록키를 헤집고 다녔다. 이맘때는 그렇게 개운해진 마음으로 일 년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올 해는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다. 7월도 중순이 저만치 지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왜 그럴까.  


지난 4월에 집을 샀다. 미국에 온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산 집을 뜯어고치느라 엄청 돈이 들어갔다. 조금만 덜 고치고 남겨서 여행 가는 건데 하는 마음까지 든다. 하긴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갈려면 못 갈 것도 없다. 하지만 다녀와서 꽤나 쪼들릴 것 같아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있다. 리노베이션 비용, 새로 산 가전제품 카드값은 어떻게 맞춰서 낼 수 있다. 문제는 세라 학비다. 작년에 투자수입 때문에 총소득이 올라 세라 학비가 두 배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세라가 장학금을 받으니까 투자수입만 없었더라면 지난해 낸 것 정도만 내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 집 수입이 증가해서 수입을 감안해 조정된 장학금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준 것이다.    


그래도 익스피디아에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봤다. 얼마나 들까? 저렴하게 다녀오는 방법이 없을까. 올 해는 알래스카나 옐로우스톤을 가고 싶은데 세 명이 다녀오려면 적어도 4,000달러는 써야 한다. 옐로스톤이 알래스카보다 좀 더 싸지만 그게 그거다. 여행비는 어디를 가나 미국 내에서는 비슷하다. 단체여행을 하지 않는 우리는 보통 항공권, 랜트카, 호텔을 따로따로 예약한다. 항공권은 얼마나 멀리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인당 500~ 600달러 정도로 잡으면, 세금 등을 합쳐서 2,000달러 가까이한다. 랜트카는 7~8일 정도에 500달러 정도 하지만 (프리미엄의 경우) 나중에 개스비가 한 500달러 정도 나오니까 합치면 1,000달러다. 호텔은 하루에 150달러 X 7 박하면 역시 1,000달러 정도다. 그 외에 먹는 것, 음료, 입장료 등인데 아껴 써도 500달러는 잡아야 한다. 그러면 벌써 4,500달러다. 이웃섬을 제외하고는 어디를 가도 7~9일 여행에 이 정도는 든다. 4,500달러, 이 돈을 쓰고 여행의 추억을 얻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지만 올해는 집 다운페이를 하고 나니까 이 돈이 무진장 커 보인다.  


일단 휴가 날짜는 잡았다. 세라가 8월 말에 개학을 하니까 최소한 가족이 휴가를 같이 보내려면 날짜는 맞춰놔야 한다. 그래서 나도 소피도 8월 셋째 주로 휴가를 정해놨다. 가든 못가든, 만약 못 가면 하와이에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보내면 그만이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여행자의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내는 것이다. 밥도 여행지에서 먹는 것처럼 먹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안 가본 곳 가보고... 14년을 하와이에 살면서 아직 하와이 내에서 안 가본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자만일 것이다. 안 가본 곳, 숨겨진 곳이 아직도 많을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 그렇다고 올해 여행을 벌써 포기한 건 아니다. 누가 아나? 내 속을. 휴가 며칠 앞두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항공권 끊어서 떠날지...




2010년에는 결국 여행을 가지 못했다. 새로 산 집을 리노베이션 하느라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 키친 캐비닛부터 시작해 스토브, 냉장고, 붙박이 마이크로웨이브, 조명, 수도 등 건물의 뼈대만 남겨두고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 큰 방과 작은 방의 바닥과 화장실 바닥, 세면대, 조명까지 모두 교체했다. 새로 산 것이 늘어나면서 예정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고치는 기간도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때까지도 다 끝내지 못해 일부는 이사한 이후까지도 공사가 진행됐다. 미국에서 집을 사서 리노베이션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일이 얼마나 길고 신경 쓰이는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도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비용도 거의 대부분 초과된다. 새집을 분양받아 가는 게 속 편한 일인 것 같다. 어찌 됐든 5월 말에 이사를 왔다. 모든 걸 새로 만든 집이라 기분도 새로웠다. 하와이에 온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샀으니 더욱 그랬다. 



하와이에서 처음 내집 마련 - 와이키키 입구의 콘도
빅 아일랜드 킬라우에아 화산 국립공원 


2009년 12월에는 2박 3일로 빅 아일랜드에 갔다. 빅 아일랜드엔 오래전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등산클럽을 따라서 간 것이다. 이번에는 순수한 가족여행이다. 코나와 힐로, 킬라우에아 화산 국립공원, 아카카 폭포 등을 구경했다. 본토에 갈 때 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미니 여행이다. 똑같이 비행기 타고, 랜트카 빌리고, 호텔에서 (콘도를 빌리기도 했다) 잠을 자기는 했지만 왠지 이웃동네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다. 


호놀룰루에서 빅아일랜드 코나 공항까지는 항공기로 40분 정도 걸린다. 빅 아일랜드는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이다. 공항은 코나와 힐로 두 군데 있는데 보통 코나 쪽으로 많이 들어간다. 빅 아일랜드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단연 화산 국립공원일 것이다. 그 안에 쑥 들어가면 까맣게 식은 용암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치 우주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힐로 쪽에 있다. 코나 쪽에는 코나 커피로 유명한 커피농장들이 많이 있다. 코나 쪽에 호텔을 잡고 화산 국립공원을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거나, 힐로 쪽에 하루정도 호텔을 예약하거나 민박을 하는 것도 좋다. 코나에는 호텔이 많지만, 힐로 쪽에는 호텔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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