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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30. 2020

캐나다 로키 여행 15 (끝)

2020년에 돌아보는 2009년 여행

퀸 엘리자베스 공원 식물원

9박 10일의 캐나다 밴쿠버-로키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쉽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하와이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날이라서 오늘 체크 아웃하면 차에 가방을 싣고 다녀야 하고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야 한다. 그래서 비록 오늘 비행기 시간은 저녁이지만 반쪽짜리 여행이 될 듯싶다.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많이 다녀야지... 


머물고 있는 한국 민박집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공원이 하나 있어서 일단 들러보기로 했다. 이날 아침에 찾은 가까운 공원은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실재 가치와 사람의 기대치의 상관관계를 연구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듯싶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공원의 이름은 Queen Elizabeth Park. 언덕으로 올라가다가 정상 부근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식물원이 참 볼 것이 많다. 신기하게 생긴 다양한 나무와 꽃, 새들을 보고 나오려다 또 한 바퀴 돌 정도로 신기한 식물들이 많았다. 이 공원과 어제 갔던 스탠리 팍을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관광객으로서는 오히려 이 공원에 볼 게 더 많다고까지 무리를 해가며 말하고 싶을 정도다. 우연히 찾아온 엘리자베스 공원이 좋아서 잠깐 머물려다가 한 참 시간을 보냈다.  


거의 점심때가 다 됐다. 어딘가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가 간 곳이 지금은 그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비치의 식당이다. 여기도 무슨 유명한 공원인데 해변 주위에 각종 식당들이 즐비하다. 식당 생긴 것을 대충 보고 들어가서 프랜치 프라이와 생굴을 시켰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특히 굴이 너무 싱싱해 다 먹고 또 시켰다. 생굴에 타바스코를 살짝 뿌려서 먹었는데 지금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다.  


랜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비행기에서 또 기다리고...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참 피곤하다. 여행을 떠날 때는 그나마 새로 가는 곳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피로함도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앞으로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뭔가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무엇이 됐든, 그냥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 


여행을 다녀온 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세라는 아직도 캐나다 여행을 즐겨 말하곤 한다. 세라가 말하는 것은 주로 캐나다에서 갔던 일본 음식점이 너무 좋았다는 것, 그때 아침으로 먹었던 인스턴트 된장국이 맛있었다는 것 등 주로 먹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도 세라의 기억 속에는 아빠 엄마와 캐나다 밴쿠버와 로키산에서 야생 곰을 보고, 눈 덮인 산 봉우리를 보고, 아름다운 호수를 보았다는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소피와 나도 나중에 더 늙어서 그때의 기억을 새삼 꺼내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이어서 좋고, 나중에 되새길 수 있는 기억 만들기여서 좋다. 너무 좋다. 나는 그래서 여행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내년에는 어디를 갈 수 있을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요즈음 Covid-19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전 세계 어느 지역,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2020년 7월 29일 현재까지 확진자가 1700만 명, 사망자가 66만 명을 넘고 있다. 당장의 소득에도 타격이 왔고, 일상생활도 불편해졌다. 산이나 바다, 공원에 자주 나가던 생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슈퍼마켓 방문과 하루에 한 번 공원 산책을 빼곤 거의 삼가게 된다. 올해 5월로 예정됐던 여행도 취소했다. 문제는 아직도 바이러스가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데 있다. 잠시 유행하다 지나갈 것 같았는데 백신이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백신이 나오면 확실히 잡힌다는 보장도 아직은 없다. 


지난 여행기를 읽다 보니 언제 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점도 그렇지만, 여행을 갔다가 인종차별을 받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유럽이나 미국 본토 등 여러 곳에서 Covid-19 이 중국에서 시작된 것을 이유로 아시안에 대한 차별행위 소식이 들리곤 하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극히 일부분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어디 여행 가서 그런 봉변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심장이 더 늙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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