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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29. 2020

캐나다 로키 여행 14

2020년에 돌아보는 2009년 여행

UBC 인류학박물관


캐나다 밴쿠버-로키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달했다. 여행 막바지에 다가갈수록 여행지에서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 이제 곧 떠나야 한다는 아쉬운 생각이 진해진다. 아니 이대로 영원히 세상을 떠돌며, 지구를 떠돌며 살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돌아갈 곳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오늘은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교 인류학박물관 (Museum of Anthropology,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 들렀다가 밴쿠버의 명물 스탠리 공원에 가는 날이다. UBC는 밴쿠버에서도 태평양 쪽으로 뾰족 나온 끝쪽에 위치해 있다. 아침 일찍이어서인지 가는 길이 복잡하지도 않고 나무가 많아 꽤 쾌적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빙 돌다 어느새 캠퍼스 안으로 들어왔다. 관광책자에서 꼭 가볼만한 곳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서 기대가 너무 컸는지 그 규모에 약간은 실망했다. 하긴 대학 내 박물관인데 대형 국립 또는 시립 박물관 하고 비교하기도 좀 그렇다. 입구에서부터 캐나다에서 많이 본 한국의 장승같은 것들이 죽죽 뻗어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도 대부분 그 장승이다. 나무가 많은 곳에서 나무에 자신들의 신화와 발자취를 새겨놓은 것, 그것을 모아 놓은 곳이 바로 이 박물관이다. 박물관 내에서 하루에 몇 차례 해주는 프리 투어를 좀 따라다니다 금세 실증 나서 그냥 개별적으로 보기로 했다. 설명하는 안내자 또는 역사학자야 할 말이 많겠지만 인류학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인디언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하나의 나무 기둥 앞에서 너무 오래 설명하는 것을 참기는 어렵다.  


스탠리 팍은 굉장히 넓고 밴쿠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고마운 휴식처가 되는 곳임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에게는 현지인들 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일주일간 근무하고 주말에 하루 종일 쉴 곳으로는 이 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갈 곳 많고 볼 것 많은 관광객에게는 그냥 '음 이런 곳이구나' 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하루를 다 투자해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다니며 피크닉을 할 생각이라면 또 몰라도. 어쨌든 차로 공원을 빙 돌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강 보기는 했다. 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도 가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선물도 몇 개 사기도 했다. 끝쪽에 있는 식당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주 멋지다.    




우리는 여행 갔을 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많이 가는 편이었다. 20대나 30대가 이미 지나서 그런지 활동적인 액티비티보다는 그런 것들에 더 관심이 갔다. 역사를 재미있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심취해 있는 정도는 아니다. 가볼만한 곳을 여행책자나 인터넷에서 보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박물관, 미술관에 가서 "이야 정말 좋았다"라고 생각해 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조차도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정도였다. 뉴욕의 현대미술관 (MOMA) 도 처음 갔을 때만 "괜찮은데" 하는 생각을 했을 뿐 그다음에 갔을 때는 또 그냥 그랬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어딘가 여행 가면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또 간다. 


유럽여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성당과 교회도 이런 점에서 박물관, 미술관과 비슷하다. 유럽에 처음으로 가서 본 교회들은 정말 멋있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이런 교회가 있으니 계속 보다 보면 무덤덤해지게 마련이다. 특히나 세계에서 제일 크고 화려한 바티칸 대성당과 성당으로서는 아주 특이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 난 다음에 보는 다른 성당들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중에는 성당과 교회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공원의 경우엔 대부분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특히 나무가 많고 풀이 우거진 공원의 경우가 더욱 그랬다. 그런 공원에는 온갖 종류의 새와 다람쥐, 백조, 물고기 등 생명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소리가 있다. 그런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특히 이른 아침에 공원을 천천히 걷는 재미야말로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만끽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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