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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eeker May 28. 2020

(2/2) 빈센트 반 고흐와 해바라기 이야기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미술 이야기

Vincent Van Gogh's Sunflower

Vase with Twelve Sunflowers, 1888 Neue Pinakotheck, Munich, Germany (좌)
Vase with Fourteen Sunflowers, 1888 National Gallery, London, England (우)


빈센트가 아를에서 그린 두번째 해바라기 이자 거장의 손길이 직접 닿아 완성되어진 해바라기 그림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은 유럽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였다. 그리워하던 해바라기 그림을 만난 기쁨을 이루 설명하기 힘든 순간이었고 쉽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고 우중충한 런던의 날씨를 햇빛 쨍쨍 화창하게 만들어준 순간이었다. 빈센트가 가장 먼저 그린 해바라기 그림을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던 곳은 알테 피타코텍과 노이에 피나코텍이 마주하고 있는 뮌헨에서의 경험이었다.  

첫 번째 해바라기를 만났던 뮌헨 알테 & 노이에 피나코텍 미술관 (위), 두 번째 해바라기를 만났던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아래)


Vase with Fourteen Sunflowers, 1889 Seiji Togo Memorial Sompo Japan Nippon Koa Museum, Tokyo, Japan (좌)
Vase with Twelve Sunflowers, 1889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USA (우)


다섯번째 해바라기 특히나 사연이 많은 그림이다. 화병에 있는 서명을 빼고는 네 번째 해바라기 그림과 같은 Replica 이다. 1888년 12월 고갱이 아를을 떠난 뒤에 그렸다. 이 그림은 현재 일본 도쿄의 솜보 재팬 닛폰 코아 보험회사 미술관에 있다. 이 보험회사는 1988년 회사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그림을 1987년 구입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쪽과 경쟁 끝에 낙찰 받은 가격은 53억엔으로 한화로 따지면 거의 530억원에 이르러 당시 회화 거래 가격으로 신기록을 세우며 일본에 오게 되었다. 1988년은 일본의 거품 경제가 정점으로 치닫던 때였다. 버블의 힘이 아니었다면 일본에 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그림 한 점으로 이 미술관은 해마다 18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일본 내 손꼽히는 미술관으로 발돋움 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사연 많은 이 그림은 한때 모작 논란에 휩싸였었다. 여느 다른 빈센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이름인 Vincent라는 서명이 빠져 있어서이다. 반 고흐 미술관 담당자와 전문가들의 감정 끝에 진품으로 판명이 났다. 아래 우측의 해바라기 그림 역시 1889년 1월에 그려졌다. 세번째 해바라기와 형태와 화병의 색깔만 약간 다른 Replica로 볼 수 있다.

 5번째 해바라기가 있는 도쿄의 손보 재팬 뮤지엄 (좌), 6번째 해바라기가 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우

위 두 해바라기가 있는 곳은 빈센트의 고향 네덜란드, 그가 주로 활동했던 프랑스가 포함된 유럽을 벗어나서이다. 해바라기를 쫓아 여행 루트를 짜고 계획을 세웠던 때도 있었는데 미국의 해바라기가 메트로폴리탄에 있다고 들어 뉴욕을 방방 했을 때 시간을 내어 직접 파리의 해바라기를 보고 사실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여권에 미국 출입국 스탬프를 21번이나 찍었어도 아직 가보지 못한 필라델피아에 여섯번째 해바라기가 있고 여행보단 출장으로만 방문해 여유가 없었던 도쿄에 그 사연 많은 다섯번째 해바라기가 있다. 조만간 꼭 아직 보지 못한 두 점의 해바라기를 보러 나서야겠다.

Vase with Fourteen Sunflowers, 1889 Vincent Van Gogh Museum, Amsterdam, Holland


아를에서 빈센트는 노란집이라 불리는 집을 빌렸고 고갱과 함께 하기 위해 마련한 노란집을 해바라기 그림으로 장식하려고 했었다. 이때 빈센트는 짧은 시간 많은 해바라기 작품을 그렸고 화가 자신과 동일시 할만큼 그의 마음과 영혼을 담았었다. 희망과 열망으로 준비하고 꿈꿨던 곳이지만 또 이 집은 빈센트의 자해 장소였고 해바라기 그림 또한 빈센트가 스스로 귀를 자른 사건과 매우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다. 아를의 7점의 해바라기의 마지막 작품은 천재적인 화가를 배출한 그의 고향 네덜란드에 있다. 풍차의 고장이기도 한 암스테르담에는 화가의 이름을 딴 Van Gogh Museum이 있다. 열일 제쳐두고 여행의 하루를 꼬박 이 곳에 투자했었다. 오픈과 동시에 들어갔던 미술관에서는 스케치에서부터 그리워했던 작품 하나하나,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놀라운 작품들에 탄복하며 끼니도 거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던 하루였다. 마지막 폐장이 임박해 올 땐 마음이 급해 다시 눈에 담고 싶었던 그림들을 쫓아 층을 오르내리며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허기진 배를 채운 이후에서야 남은 여운으로 그날의 희열을 남겼던 여행의 추억이 있다.

오픈과 동시에 들어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나왔던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뮤지엄

노란집에 짧게 머무르는 동안 폴 고갱은 해바라기를 그리는 화가란 제목으로 빈센트의 작업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이 작품이 고갱과 빈센트 사이 큰 다툼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1888년 겨울, 시든 해바라기와 얼띤 모습으로 그려진 자신의 모습에 화가난 빈센트가 싸움을 한 뒤 면도칼을 든 모습을 보고 고갱이 도망치듯이 아를을 떠나버리게 되었다. 그 후로 그들은 생전에 다시는 만나지 못하였다. 헤어지고 난 뒤 2년후인 1890년 빈센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해바라기를 그리는 화가, 1888, 폴 고갱 (좌), 빈센트 반 고흐, 1887, 앙리 툴로즈 로트렉 (우)


해바라기에 얽힌 사건사고는 또 있는데 1890년 빈센트는 뷔르셀에서 붉은 포도밭과 해바라기 전시하였는데 같은 전시에 참가한 벨기에 출신 화가 앙리 드 그루는 빈센트의 작품을 보고 사기꾼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빈센트를 폄하하는 말을 들었던 앙리 툴로즈 로트렉은 흰 장갑을 던져 벨기에 화가에게 싸움을 걸었으나 싸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한다. 로트렉은 빈센트를 친구 코르몽 화실에서 만나 평생동안 서신을 주고 받으면 교제했던 사람으로 도시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반대로 내성적이로 괴팍한 성향인 빈센트와 의외의 케미로 그림에 대한 토론과 조언을 나누고 의지하던 몇 안되는 빈센트의 친구였다. 1888년 빈센트에게 아를로 이주하도록 조언 한 사람도 바로 로트렉이었다고 한다. 아를로 간지 몇 달이 안되어 사망 소식을 듣고 로트렉은 몇날 며칠을 술로 밤을 세우며 안타까워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리운 빈센트 느끼기

거장 빈센트 반 고흐이지만 한없이 약하고 인간적이었던 그를 느끼는 방법들이 있다. 아직 반 고흐에 대한 신간이 나오면 사서 보곤 한다. 무엇보다 빈센트와 관련된 책은 그가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들을 기반으로 한 내용들이 많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그 중 하나인데 정말 불꽃 같은 열망을 가진 예술가로 또한 인간적으로 한없이 고독했던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읽었던 반 고희 인생수업, 그의 인생과 연애 경험들을 토대로 필자가 자신의 삶과 투영하여 인생의 지침과 같이 써내려 간 가벼우면서 또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좌), 반 고흐 인생수업 (우)

또 하나는 영화이다 2013년 국내에 개봉되었던 위대한 유산은 네덜란드에서 4부작 드라마를 편집해 영화화 한 작품이었다. 빈센트의 일대기와 죽을 때까지 저평가 되었던 자국의 천재 화가의 인생을 조명한 영화였다. 그리고 2017년 개봉된 러빙 빈센트는 독특한 주인공에 걸맞는 독특한 기법으로 세계 최초로 전체 러닝타임동안 유화 애미메이션 기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볼만한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생동감 있게 빈센트의 작품들과 만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반 고흐 위대한 유산 (좌), 러빙 빈센트 (우)




거장이 사랑했던 해바라기 즐기기

어찌보면 이 글을 쓰게된 계기가 되었다. 해바라기를 유독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지금은 하버드 메디컬센터의 조교수로 근무해 보스턴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교 짝이 보내준 해바라기 농장 사진이 한창 읽고 있던 반 고흐 인생수업 책과 더불어 다시금 빈센트를 생각하고 그의 해바라기 그림에 집착하던, 할 수 있었던 내 삶과 여행을 떠올리게 했었다. 그래서 머리 속으로 이미 1년 남짓 글의 구성을 담고 있게 했고 결국 이렇게 한편의 칼럼으로 탈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보스터에서 남쪽으로 40여분 내려가면 있는 Colby Farm은 미국 내에서도 유명한 해바라기 농장이다. 다소 비싼 물가에 대한 볼멘 후기들이 있지만 9~10월 무렵 이곳의 해바라기 농장은 꼭 한번 방문해야 할 명소 중에 하나이다.

보스턴에서 40분 거리의 해바라기 농장으로 유명한 Colby Farm

국내에서 해바라기를 즐길 수 있는 축제들도 있다. 해바라기 대의 굵기나 해바라기의 크기는 Colby Farm의 그것보단 못하지만 8월에서 9월초에 매년 이어지고 있는 경남 함안의 강주마을 해바라기 축제와 태백 구와우 해바라기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는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국내 여행지 이다.

해바라기 축제가 있는 경남 함안의 강주 마을 (1, 4)과 태백의 구와우 해바라기 마을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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