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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eeker Jun 02. 2020

잭다니엘, 명품은 아니라도 철학이 있다

Lychburg, Tennesse, USA

연신 졸고 있었다. 매번 그렇게 힘들지 않게 시차 적응을 하지만 그래도 7월의 여름 날씨 에어컨은 있으나 차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몸은 노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생각은 별로 중요치 않고 그때도 이후로도 난 늘상 친구라고 소개하는 미국인 친구 Matthew가 운전하는 쉐보레 트래버스의 조수석에서였다.

위로 딸 둘과 그 아래 아들 네 명, 끄트머리엔 이란성 아들 쌍둥이를 가졌고 아내와 더불어 아버지와 장모님을 함께 모시고 사는 우리네 정서로는 특이한 모습의 미국 가정의 가장이다. 환갑을 바로 보는 나이에  밴드 활동을 즐기는 친구가 세 번째 만남에 나를 대가족 이동수단에 싣고 데리고 간 곳이 잭다니엘 양조장이었다.

이름만큼 시골스러운 테네시의 주도 내슈빌에서 한 시간 정도 가면 잭다니엘에, 잭다니엘의, 잭다니엘을 위한 도시 Lynchburg가 있다. 도시라고 할 것도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의 모습이다.

잭다니엘의 마을 린츠버그


잭다니엘 양조장에 가면 주차장이 따로 있다. 도심이 아닌 미국 내 대부분의 관광지나 명소는 주차장이 따로 있고, 땅덩어리 크기만큼 무료 주차에 대한 마음은 후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들어서면 첫 마주치는 ㄷ자 건물의 VIsitor Center를 만날 수 있다. 안내소이자 박물관 기능을 함께 하는 곳이다.


잭다니엘 양조장 전경

양조장 전체는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술도가라고 하는 곳에서 천 원 한 장쯤 값을 치르고 막걸리를 주전자 채로 받아 들고 왔던 기억이 있는데 좀 더 규모가 있는 국내 양조장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욕구가 슬그머니 올라왔다.

 

Visitor Center내 매표소
투어지도와 티켓

Visitor Center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투어가 있다. 투어의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로 양조장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제 양조가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고 자세히 설명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투어가 마치면 여러 종류의 잭다니엘을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다. 제한도 없다. 끝까지 해보지 않았으면 모를 일이지만, 작은 잔이긴 하나 시음용 잔을 많이 많이 마셔도 그다지 제재가 들어오진 않는다. 투어는 사실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입맛대로 고르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 국민정서를 살려 찍고 다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면 미리 연락을 해서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매표소 뒤로 꾸며진 잭다니엘의 역사 박물관

어 시간을 기다리면서 자연스레 매표소 옆으로 꾸며져 있는 잭다니엘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식용 옥수수, 호밀, 맥아와 엿기름을 이용해 발효하고 증류하여 만드는데 여과를 사탕단풍나무를 통하여 더욱 자연의 향을 가미한 위스키를 제조하는데 그 제조 과정 과정이 설명되어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식용 옥수수, 호밀, 맥아와 엿기름을 발효하여 만드는 잭다니엘 위스키
발효와 증류 사탕단풍나무를 통한 여과까지 증류주 제조의 스텝을 보여줘서 이해하기 좋다

투어의 시작 젤 먼저 만나는 곳은 참숯을 만드는 곳이다. 양조의 많은 과정들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그중 이 참숯을 어떻게 만드냐가 엄청 중요하다고 한다. 만들어진 참숯이 쌓여있는 곳에는 숯으로 방문들이 저마다 메시지, 주로는 이름을 기록하는 정도이지만 우리네 "철수 & 영희 왔다가 20200601"처럼 추억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고 사진을 찍는 곳이다. 누구 하나 관심 없는 이가 없고 이름은 적지 않더라고 이런 사소한 추억을 공감하지 않는 이가 없어 보여 느낌이 좋았었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저 벽은 생각보다 낙서가 누적되어 있지 않은데 누군가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노고도 칭찬하고 싶다.

나무를 태워 참숯을 만드는 곳으로 안쪽엔 숯으로 방문객들이 주로 이름을 써 방문기록을 남기는 벽이 있다

처음엔 잭다니엘의 오래된 배달 차량 같은 것인가 했었는데 오래전에 이용되었던 잭다니엘 소방차 두 대가 전시되어 있는 소방서이다. 참숯을 제조하는 과정이 독특해서였을까? 아니면 안전 의식이 그만큼 높아서였을까? 자체 소방서를 가지고 있었고 그 소방차가 아직도 전시되어 있다.

잭다니엘 소방서內 소방차

잭다니엘 양조장이 있는 돌 산 귀퉁이로 시원함이 몸소 체험되는 큰 동굴이 있다. 이 양조장의 가장 귀한 자산이자 보물이 아닐까? 모든 음식은 원재료, 그중에서도 육수가 차지하는 맛의 비결은 단연 으뜸이지 않을까? 잭다니엘의 모든 위스키의 원류가 되고 있는 잭다니엘 원천수이다. 정말 맑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이 원천수 때문에 잭다니엘이 그 맛과 질을 유지하고 또 이것 때문에 이전할 수 없이 처음 시작부터 이때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린츠버그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중요함 만큼 그간 겪어온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품고 있지 않을까 싶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잭다니엘의 원천수

투어는 양조장의 전역을 외부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날씨가 한여름의 뙤약볕을 받느라 다소 더운 느낌이었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날보다는 훨씬 좋았다. 실제 린츠버그로 오는 길에 잭다니엘 이정표에는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투어가 있다는 알림과 함께 비가 오는 날에는 우의를 챙기라는 안내 문구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필자는 7월생으로 여름 한 더위의 햇살을 즐기는 타입이다. 원재료를 씻는 공정부터 실제 발효가 되어 기포가 올라오는 생생한 제조 현장을 스텝마다 진행되는 공장 건물로 직접 들어가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산 교육장이었다. 대규모의 생산공장인지라 뒷방 구들장에 항아리 하나 놓고 막걸리를 만드는 규모가 아닌 대량의 제조이다 보니 건물은 높고 그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선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 내려다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잭다니엘 양조장 투어

잭다니엘 양조장을 한 바퀴 돌며 구경을 하는 투어가 마무리되면 다시 안내소가 있는 박물관 건물로 들어오게 된다. 투어의 마지막 휘날레는 시음 코너이다. 다양한 잭다니엘 위스키 중 5가지를 시음할 수 있는데 젠틀맨 잭, 넘버 7, 허니, 파이어, 그리고 싱글 배럴이다. 위스키의 맛을 어떻게 느끼는지 설명도 덧붙여 준다.

투어의 마지막, 잭다니엘 시음 코너
시음할 수 있는 5가지 잭다니엘. 왼쪽부터 젠틀맨잭, No.7. 허니, 파이어, 그리고 싱글배럴

잭다니엘 양조장 곳곳에 세워진 160cm 단신의 설립자. 박물관에는 실제 잭다니엘이 집무했던 사무실도 고스란히 남아 방문객들을 맞고 있는데 그곳엔 잭이 쓰던 금고도 있다. 육중한 모습만큼이나 중요한 비밀이나 귀중한 것이 들어 있었을 모습을 보이는 금고에는 에피소드도 있는데 잭 아저씨가 금고를 열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열리지 않는 금고에 열 받아 발로 뻥 찼는데 그로 인해 생긴 발상처가 덧나 결국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콧수염이 멋들어진 잭 아저씨 한 성깔 하신 듯...

잭다니엘 사무실의 금고. 이 금고가 잭의 사망 원인이다

잭다니엘은 루이 13세, 까뮤 트레디션, 맥켈란 1946과 같은 명품 위스키는 아니지만 벽에 적힌 이 문구로 잭 아저씨의 그리고 잭다니엘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분야이든 장인 정신을 가지고 열정을 쏟는 이들이 가진 철학이 멋지다.


Every day

We make it, we'll make it

The best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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