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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eeker Jun 10. 2020

누가 여기다 모래를 쏟았어? 국유림 내 뜬금없는 사막ᆢ

Great Sand Dunes, Colorado, USA

여행의 스타일이 맞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복 받은 일이다. 그 친구가 인생의 동반자이라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에 틀림없다.


하루의 브레이크가 주어진 날이었다. 리조트 내 같은 방을 쓰던 후배와 다음날 새벽같이 출발할 것을 약속하고 23시쯤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다.

"어차피 몇 시간 잘 것도 아닌데ᆢ 그냥 출발할까?"

"그러까?"

씻고 정성스레 에센스부터 주름크림까지 6가지 통과의례를 다 거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든 지 채 오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내 십 분도 걸리지 않는 (다음날 새벽, 눈 뜨면 출발하려 만반의 준비를 해둔 터도 있겠지ᆢ) 초스피드로 준비하고 의아해하는 거실에서 포커를 치고 있던 이들의 시선을 무시하듯 지나쳐 오는 내내 고생시켰던 힘없는 똥차, PT Cruise에 올랐다. (콜로라도 스키 리조트를  강원도 휘닉스파크쯤으로 생각해  산세가 그토록 험할지 몰랐었다. 또 당시 TV에서 잘 나가는 실장님이 타는 외제차, 미국에서 만들어 힘은 기본일 거라 생각한 GM의 이 차는 어머니 시장용 차였다)


구비구비 좁은 산길에 등하나 없는 곳에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차 하나 없는 깜깜한 밤. 야맹증 있는데도 운전하라며 좀 자두라는 말에 밤새 옆에서 자는 후배를 위안삼아 꼬불꼬불 길을 초집중하여 조심조심 내려오길 두 시간여ᆢ

돌아가는 편에 다시 본 길은 간밤에 이 길을 어찌 내려왔지 할만한 길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줄곧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향해 일직선 직선 주도로 무려 세 시간 남짓을 달리고서야  어렴풋이 동이 터오며 주위를 볼 수 있었다.

지평선 따라 달리던길ᆢ 동트는 광활한 대지의 모습

그리고도 한참을 달려 밤새 달린 피로를 잠시 풀고 짱짱하게 보내야 하는 하루를 위해 아침을 먹으러 들어갔다.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

나이 든 젊지만은 않은 주인인지 웨이트리스인지 모르지만 앞치마를 두르고 와서 신기한 듯 바라보며 주문을 받고 써 신문을 펼쳐 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그 뒤로는 부부처럼 보이는 이들도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기 특히나 스테이크를 너무 좋아하지만 지금은 이 풍경에 소화를 걱정해서도 아닌 딱 미국 가정식 정찬인 팬케이크, 오믈렛, 그리고 베이컨이다.

그때 그 소중한 풍경을 왜 담지 않았을까? 비슷한 사진을 찾고 찾아도 겨우 IHOP에서 찍은 팬케이크 사진이 다인데 아래 사진을 큰 접시에 베이컨, 감자칩과 함께 담아냈다면 상상과 공감이 될까?

미국 가정식 정찬과 유사한 모습 @IHOP, 실제 먹은것과는 다소 다르지만ᆢ

어디나 시골 인심일까?

한가득 접시를 메운 American Breakfast는 일생동안 거의 드물게 음식을 남기고 일어나는 체험의 현장이었다.




저 멀리 밝아져 형체가 드러난 산아래로 사막이, 모래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운전

얼마 가지 않아 상상보다 더 거대하고 신기한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콜로라도의 험한 산세, 분지라고 하기엔 지평선을 보며 달린 세 시간 남짓의 거리를 감안할 때 말이다.

근데 저 뒤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 산이 아닌 거대한 산맥을 앞두고 놀랍게도 사막이 보였다.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 Preserve ( 모래 언덕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이다.

미국 국립공원의 큰 이름표를 접하고 들어서는 곳은 보호구역으로 여전히 여름철 풀이 파랗게 자라난 초목이 보이는 곳이었다.

Great Sand Dunes Nat'l Park

구글맵의 지도를 보면 확연히 이 지역을 이해하기 좋다. 아래 왼쪽의 콜로라도를 나타내는 초록 표시 위치엔 가장 유명한 콜로라도 관광지 중 하나인 신들의 정원이 있는 곳이다.

협곡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확연히 시인이 되는 로키산맥의 줄기는 위성지도에 그대로 콜로라도 하면 떠오른 로키 마운틴의 모습처럼 산과 큰 화이트 리버 국유림까지 넓은 지역에 울창하게 조성된 수풀이 가득한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아래 오른쪽 위성지도처럼 조금만 확대해 보면 스키장들이 즐비한 크레스톤 니들과 그 위아래로 길게 줄기를 가진 가파른 산세가 보이는데 바로 앞에 큰 평지처럼 황토빛의 모래언덕이 대단위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구글맵에서 보는 로키마운틴과 그랫 샌드 던스 지역

산세가 좋은 콜로라도에선 로드킬이 많을 만큼 야생의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Great Sand Dunes 국립공원 지역은 이름의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목과 더불어 그곳에 사는 야생동물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모래언덕과는 상반되게 무성한 초목과 그 속의 야생동물들

밤새 내려와 기인 여정을 열심히 달린 보람이 있었다. 도착해서 들어선 순간,

"대체 이 많은 모래를 누가 여기다 쏟아부은 거야?"

경이롭고 신비롭기까지 한 자연이 선사한 특이하고 특별한 모습에 흥분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접하기엔 9시 개장, 개장 시간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온 탓이라 두 시간 남짓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너머  보이던 것이 아닌 그 속에서 둘러보아도 모래로 가득한 사막의 모습은 더욱 경이로웠다.

멋진 광경에 감동해 표현하고 싶어 몸부림치다 겨우 해낸것이 만세~!!

자~!! 그럼 이미지만이지만 사막

그것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뙤약볕의 강한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살 수 없을 듯은 생명의 숨소리가 끊어진 사막이 아니라 수풀이 우거지고 산맥의 줄기줄기가 힘찬 아래 뜬금없이 생겨난 사막의 모습을 즐겨보자.

Great Sand Dunes

오랜 시간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머물렀다.

사막 자체의 놀라움만큼 초록색으로 뒤덮인 산자락 아래 모래의 거대한 보호구역과 조화로운 모습도 잊히지 않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Great Sand Dunes Nat'l Park

그래도 또 떠날 수밖에ᆢ

콜로라도를 세 차례나 여행했지만 아직도 큰 모래언덕이 선사했던 경이로움은 잊히지 않는다.

돌아 나오는 길에 밤새 달렸던 길을 보니 새롭다.

저 멀리 병풍처럼 흐리게 보이는 곳이 Keystone과  Bali가 있는 Rocky Mountain의 유명한 리조트 지역으로 전날 저 산을 몇 개 넘어 내려와 이 도로를 쉴 새 없이 달렸었다.

Keystone에서 Sand Dunes으로 오는 고속도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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