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국에 다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던 여행이었다. 중 2병? 사춘기? 가 뭐야라고 생각하며 보낸 학창 시절.
돌이켜보면 무엇인가 안 되었던 것보다 안될 줄 알면서도 끈기인지 고집인지 모르게 꽂혀있을 때였다. 미국에 있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Of course, I can't miss it. Let's do it together."
라고 남기고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2년여 나를 믿고 함께 해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과 어떻게든 완성하겠다는 집념과 열정이 솟구쳤다.
떠나긴 하는데 스스로에게도 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기전 5일간의 자유일정을 계획했고 단 1분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나는 이 여행에 스스로 '사십춘기'라는 슬로건을 해쉬태그로 달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빌린 Jeep는 4박 5일간 장장 3,502km를 달리고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덴버공항에서 반납했다.
14,473 - 12,297mi = 3,502km
라스베이거스가 시작점이었던 건 이미 가본 그랜드캐년을 제외하고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가보고 싶었던 곳이 즐비한 미서부 여행을 알차게 해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광활한 미서부에는 무려 30 곳이나 되는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추리고 추려 갈 곳을 정리해봐도 시간은 항상 빠듯할 뿐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Page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사진,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의 하나이다. Page의 Horseshoe Bend는 애리조나 주의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 페이지에 있는 콜로라도 강의 거대하고 세찬 물줄기가 만들어낸 말발굽 모양의 절경이라 그 이름도 호스슈 밴드이다.
LAS근교 세인트조지부터 오늘의 일정
오늘은 미서부 그랜드 서클에 함께 속해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 앤 텔 로프 캐년에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는 해를 받아 감탄하기 좋은 때 관광하기 위해 예약한 Tour가 11시 반이었다. 투어가 끝나고 쏜살같이 달려와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호스슈 밴드까지는 약 15 ~ 20분 거리를 걸어야만 한다. 뙤약볕에 직광을 받으면서 걷는 길이라 생수병 하나 정도 챙겨 움직이는 것이 좋다.
호스슈 벤드 주차장
주차장을 떠나 저 앞 무엇인가 꺼져보이는 곳까지 걸어야 한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단단해 보이는 바닥은 사실 붉은 모래로 뒤덮여 있어 걸음걸음 푹신한 느낌과 함께 마찰력이 적어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언덕에 다다르고 넘어보면 광활한 평야가 나타나는데 그 끝단 절벽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때론 포즈를 때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고 있음이 느껴진다.
슬금슬금 절벽에 다다를 때까지 무엇이 있는지 알면서도 감탄할 수 없다. 사진으로 여행 정보를 찾아 이동 경로를 체크하면서 보고 또 보고 맘 설레기까지 했지만 절벽에 다다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실제 맞닥드리는 순간을 위해 감동은 아껴놓도록 만들어진 게 사람인가 보다.
Horeseshoe Bend @Page, Arizona, USA
이내 절로 경이로운 대자연의 작품을 감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얼굴 전체로 번지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놀라운 자연 경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약 500만 년 전, 콜로라도 고원이 융기하며 콜로라도 강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나아갈 수 없게 막혀버린 강은 스스로 사암을 깎아가며 새로운 물길을 텄고 이렇게 사암 절벽을 만들어 낸 곳이다.
자연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놀라운 자연경관은 절로 미소 짓게 한다.
호스슈 벤드에서 콜로라도 강줄기를 보며...
주차장에서 절벽으로 올라 마주하는 호스슈 밴드는 서향이다. 그래서 이곳의 사진을 찍으려면 해가 충분히 떠오른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적당하다. 그 이후에는 강렬한 햇빛을 막아줄 것이 존재하지 않아 정면에서 쏟아지는 직광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므로 역광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후 1시쯤 도착 한시간여 호스슈 벤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시간이 2시가 넘어 너무 역광이 심해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낙담하지 말자. 태양이 어둠을 재촉하며 높은 지평선 아래로 슬며시 들어가는 순간, 콜로라도 강물이 오묘한 빛을 띠는 호스슈 밴드의 멋진 일몰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다만, 자연광 외에는 아무런 빛이 없어 일몰의 짧은 시간만 셔터를 누르도록 허락되는 시간이다.
호스슈 벤드에서 그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타이트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가장 적기의 시간에 방문했던 필자는 일몰의 행복한 광경을 누리진 못했다.
그리고 짧은 일몰의 시간이 지나면 칠흑같은 어두움이 장막을 드리우니 그 전에 주차장으로 내려와야 한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지평선 아래로 들어간 해님 덕분에 반갑게 얼굴을 내민 달이광활한 대지 위로 떠오른 광경을 느끼며 걸어 내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매력적인 경험이 될 수 있으니 손가락 계산 잘해서 두둥실 보름달이 떠주는 최고의 날을 골라 호스슈 밴드를 방문하시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오후 2시경 도착하여 저녁까지 여유를 가지고 대자연이 선물하는 다채로운 광경을 다 느끼고 즐길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