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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작가 Jul 06. 2020

경제학자는 왜 부자가 되지 못하는가?

그들은 돌다리를 두드리다가 결국 건너지 못한다.

얼마 전, 친한 박사님 한분이 전화가 왔다.


대화 골자는 좋은 사업 기회가 생겼는데, 지금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지,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개인 선택의 문제지만, 한쪽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너무 괜찮으면 그 선택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당연한 선택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렇게 경제학 이론을 알려준다.

(리스크, 부가비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새로운 선택지가 좋으면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직면하는 비용이 다르므로 결국 내가 어떤 것이 괜찮은지 말하지 못한다.)


그날 나는 답답한 마음에 전화기에 대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형, 그냥 그만둬요. 거기 다녀봤자 그냥 그저 그런 삶을 살 뿐이잖아요."

"형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거예요."


이런 발언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그렇게 이야기를 해버렸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위험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

말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러한 돌발 발언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누가 봐도 좋은 선택지인데, 왜 선택하지 않을까?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는가?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그 친한 박사님은 기존의 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선택지를 포기하였다.


일부 경제학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주식시장에서나 투자에 큰 이득을 못 봤다는 이야기가 많다.

어떤 사람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쳤다.(위대한 경제학자들의 투자 등 수익률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위대한 경제학자라도 시장에서 괜찮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나도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내 주변의 경제학자들을 보면 많은 일반적인 지식을 비롯해서 투자기법, 수요-공급 구조, 시장 등 전문적인 지식까지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만 같다.

더군다나 의학, 물리학, 법학 등까지도 범위를 넓히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그들은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사고까지 하므로 그들의 삶은 다른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경제학자라는 것을 제외하고)

'그것은 그들이 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부자인 경제학자가 있기는 있다. 아주 극소수 말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부자의 기준 등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야 하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들은 부모 혹은 조부모 등으로부터 자산을 받았거나,

복권 당첨 등으로 벼락부자 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그들은 교수, 연구원 등의 직업이 없으면 아마도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평범한 삶을 산다고 판단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왜 그럴까?

학문,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를 포기한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일부 그럴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유심히 관찰한 바에 따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건, 

'그들은 너무 돌다리를 두드리고 점검하고 고민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옛말에 '돌다리만 두드리면 작은 냇물조차 건너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결국,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드리다가 건너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투자를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과감한 도전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게 도전이나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향이었다면 경제학자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분석대상의 선택편의(sample selection bias)가 발생하지만 너그럽게 넘어가 주면 좋겠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요소가 있겠으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 부분이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 있다.

시장이 제로섬 게임이라면 이들이 돌다리를 두드리다가 참여하지 않으면 내가 얻을 수익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돌다리를 계속 두드리다가 결국 건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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