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임신 중인 예비 엄마다.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아기가 태어나서 슬슬 육아에 필요한 용품들을 알아보고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많고 공부할 것도 많다. 아기가 태어나길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는 게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이게 은근히 또 스트레스가 된다.
각종 카페나 블로그에는 예비 엄마들이 '출산/육아용품 이대로 준비하면 될까요?' 등의 제목으로 준비해 놓은 용품 리스트를 쭉 올린다. 그러면 이제 '~는 더 준비하면 좋겠어요!', '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등의 선배 엄마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나보다 더 출산이 늦은 예비 엄마들도 이미 준비를 탄탄하게 마쳤다는 글을 보며 나도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 달 전에 슬슬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여유롭게 있었는데 막상 그런 글을 보니 나만 너무 늦었나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가 얼마 전 아기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되면서 나의 조급함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이건 필수템이야' '이거 아직도 안 샀어?' 등등의 얘기와 요즘 유행하는 아기 용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든 생각은 '어떡하지?'였다. 그 날 집에 돌아와서 하루종일 검색하고 찾아보면서 비싼 아기 용품의 가격에 정말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샀는데 나만 안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에게 당장 사야겠다면서 큰일 났다고 호들갑 떨기 시작했다. 반면 남편은 '가격대가 있는 물품들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한번 알아보고 결정하자'라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 말에 조금 속상해졌다. '지금도 늦었는데, 천천히 언제 알아보고 언제 사' 그도 그럴게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필수템이라고 불리는 아기용 의자는 지금 주문해도 7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말을 듣고 나는 속상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나만 우리 아기에게 못해주는 거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기분을 알아차린 남편은 '다른 사람들이 다 한다고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결혼할 때도 우리는 남들을 따라가기보다 우리 기준에서 우리에게 맞는 선택을 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맞았다. 그 아기 의자는 사실 주변에서 샀다고 하니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그걸 알게 된 날 당장 사자고 그 난리를 쳤던 것이다. 사실 나는 가격을 알고 이렇게 비싼데 사야 할까 라는 마음도 들었는데 그런 마음은 누르고 조급함이 앞섰던 것이다.
앞으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얼마 전 이 경험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굳이 필요 없는 것들을 다 하는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직접 겪어보니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단 걸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있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그때 유행하는 모든 것을 다 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마다 남들과 비교하며 속상해 하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에도 나의 소신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걸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육아 필수템은 다른 아기 용품들보다 나의 소신과 신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