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랬을까?

by 용수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갑자기, 문득, 툭 하고 과거의 어떤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좋은 기억일 때도 나쁜 기억일 때도 내가 부끄러웠던 때도 뿌듯했던 때도 있다. 이런 것도 있다. 분명 내가 했던 행동인데 지금으로선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기억.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땐 왜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까?


고등학교 시절 등교를 함께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매일 등하교를 함께했는데 정말 웃긴 건 매일 등교 때마다 싸웠다. 사소한 자존심 싸움일 때도 있었고 심지어 치고받고 싸우는 날도 있었는데 우리 주변 친구들은 너희는 그렇게 싸우면서 매일 집에는 왜 같이 가냐고 했다.


그때는 내가 다 맞고 그 친구가 다 틀린 줄 알았다. 내가 참아준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고 문득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참아준 건 그 친구였단 걸 깨달았다. 물론 그때의 그 친구도 어렸고 나도 어려서 둘 다 감정표현에 미숙했고 서로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친구보다 성숙하고 마음이 넓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어 집에 가는 길에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꺼이꺼이 울던 날 친구는 별말 없이 내 가방을 들고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들어주었다. 나는 그런 친구에게 다음날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어이없는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떠오르는 기억들 속에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도대체 난 왜 그랬을까?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렸을 때도 마찬가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행동들을 문득문득 떠올리며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난 그때보다 괜찮은가? 나중의 내가 돌아봤을 때 괜찮다고 생각할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지금의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든다. 부끄러운, 어이없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나의 모습을 지금껏 문득 떠올리며 현재의 나를 만들어왔던 것 같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필요 없는 순간들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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