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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Jun 06. 2016

코카콜라는 콜라 회사가 아니다

World of Coca-Cola in ATL - 1

질문.

글로벌 100대 브랜드의 순위를 매기는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Best Global Brands' 조사에서 2012년까지 14년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지켰던 브랜드가 있다. 어디일까?


구글은 아니다. 구글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니까. 애플? 애플은 2013년 이 브랜드를 꺾고 왕좌를 차지한 이후 현재까지 3년간 1위 자리에 올라있지만 아직 14년까지는 아니다. 나이키? 안타깝게도 나이키는 10~20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의 삼성은 10위 안에 올라있지만 1위는 아니고, MS도, 맥도널드도, 명품 루이비통도 아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 코카콜라


주인공은 바로 코카콜라다. 2000년 이후 해당 조사는 코카콜라의 독주체제였으며 2013년 이후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앞선 브랜드는 애플과 구글, 이 두 곳 밖에 없다. 만약 글로벌 브랜드 조사가 더 일찍 시작되었다면, 코카콜라의 기록은 분명 더 길어졌을 것이다.

의아해할 수도 있다. 콜라 하나로 저런 쟁쟁한 브랜드들을 꺾었다니?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코카콜라는 대표 제품이 코카콜라일 뿐 콜라만 파는 회사가 아닌 종합 음료 기업이라는 것이다. 코카콜라라는 마더 브랜드에 속해있는 하위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우선 클래식 코크와 코크 제로, 다이어트 콕, 바닐라 콕, 체리 콕 등의 콜라 시리즈가 있다. 다른 탄산음료에는 환타, 스프라이트, 진저에일, 닥터 페퍼 등이 있고, 에너지 드링크에는 몬스터(14년도 인수), 탄산수로는 슈웹스, 소프트드링크는 파워에이드, 네스티, 글라소(비타민워터), 미닛메이드, 그리고 커피는 조지아가 있다. 이 브랜드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들만 나열한 것이며, 국가별로 출시하는 제품 라인업도 따로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에서는 암바사, 태양의 마테차 등이 출시된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일 뿐,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 깔려있는 음료들 중 많은 제품들이 코카콜라 산하 브랜드들의 제품인 것이다.

 

코카콜라는 마케팅에서도 가히 전설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귀여운 북극곰과 하얀 수염의 산타 이미지는 코카콜라의 광고에서 시작해서 정형화된 이미지가 된 사례이다. 이렇게 상업 광고가 전 세계적인 아이콘을 만들어낸 다른 사례는 쉽게 찾기 힘들다.

코크와 펩시의 라이벌 관계와 경쟁 광고는 광고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하다. (유사 사례로 맥도널드-버거킹 경쟁 광고가 있다) 

흑백 TV 시절 광고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TV 광고를 공략해온 코카콜라는 수많은 유명한 광고를 남기기도 했고, 이로 인해 미국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I want to buy the world a coke]

1971년에 나온 [I want to buy the world a coke]라는 제목의 광고다. 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완화되는 냉전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콜라 제품이 아닌 코카콜라 브랜드에 집중한 광고다.


코카콜라의 경쟁상대는 다른 음료수들이 아니라 물이다. 음료수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물 시장에서는 고작 3%를 차지하고 있다

로베르토 고이주에타(Roberto Goizueta) 전 코카콜라 회장이 남긴 이 문장은 굉장히 유명하다. 코카콜라가 '탄산음료’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마시는 것’이라는 카테고리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설정해서 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전략.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경쟁상대를 제시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 전략의 도입 이후 코카콜라는 자사의 경쟁력을 산출할 때 소비자가 마시는 콜라 중 자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니라, 소비자가 마시는 모든 것들 중 자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 즉 위 점유율(Share of Stomach)을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유명한 사례로 나이키가 있다. 나이키는 자신의 경쟁상대로 아디다스나 퓨마가 아닌, 닌텐도를 설정했다. 단순히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서 나이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즉 Time Share의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Best Global Brand 2015에서 나이키의 순위는 17위다)

참고로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정식 명칭에는 -가 있다)나 Coke 같은 자사를 지칭하는 단어는 물론이고 로고까지도 특허를 출원했다. 또 로고에 있는 레드 컬러는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 회사인 팬톤(Pantone)에도 존재하지 않는 독자적인 컬러다. 그러니까 코카콜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자 컬러인 것이다.


코카콜라와 애틀랜타


코카콜라의 본사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애틀랜타는 코카콜라의 도시라고 해도 무방하다.

애틀랜타 바로 옆에 위치한 Emory University의 별명은 Coke University이며 필자가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기도 했던 에모리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이름은 위에 나온 로베르트 고이주에타(좌) 회장의 이름을 딴 Goizueta Business School이다. 또 에모리대학교 중앙도서관의 이름은 또 다른 코카콜라 회장 로버트 우드러프(Robert Woodruff. 우)의 이름을 딴 Woodruff Library이며 체육관의 이름은 Woodruff Center이다. (그만큼 기부를 많이 했다는 의미) 그리고 애틀랜타에서는, 식당에서 콜라를 시키면 대부분의 경우 코카콜라가 나온다. (삼성 그룹과 수원시의 관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정도면 애틀랜타에서 코카콜라라는 기업이 가지는 위상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텐데, 그 위치에 마침표를 찍는 장소가 바로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 of Coca-Cola)가 되겠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브랜드 전시관이자 박물관이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 (World of Coca-Cola)


몇 년 전 [코카콜라 게이트]라는 책을 읽고 나서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고, 미국인들의 코카콜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상당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즐겨보는 웹툰 중 하나인 조경규 작가의 [오므라이스 잼잼]에서 코카콜라와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있다. 이 화를 보고 오면 다음 내용에 훨씬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걱정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서 조금 웨이팅 한 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포토 스팟을 지나면 바로 메인 전시관으로 입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모여서 스태프에게서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소개를 듣고 홍보 영상을 본 후에야 들어갈 수 있다.

능숙한 리드를 보여주는 직원. 이런 국제적인 관광지에서는 출신 지역별로 나눠서 흥을 돋우는 방법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메인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직전 볼 수 있는 [Moments of Happiness]라는 제목의 이 홍보영상의 내공이 상당한데,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주면서 코카콜라를 어필한다. 말하자면 당신의 삶에는 언제나 코카콜라가 함께한다 는 메시지인데, 코카콜라를 메인에 놓지 않으면서도 전달 효과는 확실하다. 역시 코카콜라. 실제로 이 영상을 볼 때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많았다. 아쉽게도 전체 영상은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메인 전시관으로 입장하면 로비가 있고 1, 2층으로 나뉜 총 5개 정도의 구역이 있다. 그중 2~3개 정도는 attraction이라고 해서 코크 브랜드를 놀이기구화 한 공간인데, 재미는 없다. 만약 자녀들과 함께 간다면, 아이들에게 attratction을 추천한다.

코크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병 모양이나 로고의 변천사, 예전에 사용되었던 광고나 스폰서를 맡았던 스포츠 팀과 선수들에 관한 아이템들을 전시해놓은 구역과 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팝아트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구역이 훨씬 재미있고 볼 것도 많다. 아무래도 브랜드의 역사가 길다 보니 역사적인 면을 많이 강조한다. 그런데도 코카콜라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세월의 경험을 젊게 풀어서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인터렉티브하게 느껴진 스팟은 코카콜라의 로고를 따라 그리는 부분이었다.

로비에 있다 보면 그 유명한 코카콜라의 폴라베어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난다. 겨울이면 광고로 찾아오는 그 폴라베어다. 그런데 귀여운 폴라베어를 기대하고 가면 자칫 놀랄 수 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 있는 곰은 코카콜라 광고에 처음 나온 폴라베어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덩치가 상당히 크고, 또 무섭게 생겼다. 특히나 압권은 눈이었는데, 영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눈이 정말 빨갛다. 그래서 눈을 쳐다보기가 쉽지 않다.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좀 high한 곰인가..?’였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초창기 모습을 재현하기로서니, 저렇게 무서운 곰을 둘 필요가 있었을까.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의 곰이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필자는 지나치게 이질감이 들어서 사진을 찍으러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하이라이트인 테이스팅 룸과 남은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만날 수 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두번째 브런치는 여기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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