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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Jun 09. 2016

#콜라없이는 #못살아

World of Coca-Cola in ATL - 2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 관한 첫번째 브런치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테이스팅 룸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테이스팅 룸(Tasting Room)이다. 이곳을 거쳐야 기념품 샵으로 들어갈 수 있고 기념품 샵을 지나야 퇴장할 수 있기 때문에, 테이스팅 룸이야말로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음의 스케일은 정말 코카콜라다운데, 여기서는 전 세계 모든 코카콜라 브랜드의 음료들을 맛볼 수 있다. 

Taste Everything이다. 섹션부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대륙 이름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섹션에 가면 기둥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여러 나라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이 그대로 소다파운틴에 있다. 옆에 있는 컵을 가지고 원하는 종류를 원하는 만큼 마셔보면 된다.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조금씩만 담아서 마시길. 종류도 어림잡아 100가지가 넘고 이름만큼, 색깔만큼 맛있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득가득 채워서 마시다가는 속이 더부룩해져서 못 마신다.

한쪽에는 클래식 콜라와 물을 마실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물론 물도 코카콜라 제품이다. 그 옆에는 전통적인 fountain형 음료대가 아니라, LED 스크린으로 먹고 싶은 제품을 선택해서 마실 수 있는 음료대도 있다. 

Coke Freestyle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코크/ 스프라이트/ 소프트드링크 등의 카테고리를 정한 후 그다음에 나오는 세부 음료를 선택하면 음료가 그대로 나온다. 에모리 대학교 내의 식당이나 애틀랜타의 패스트푸드점에 가도 종종 이런 Freestyle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많은 종류의 음료들을 도대체 어디에 저장해 두는 건지, 각 음료마다 정해진 호스가 있어서 그곳으로 나오는 건지 궁금했었다. 


기념품 샵으로 나가기 전에는 수많은 mini bottle coke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마실 수 있는 콜라이고, 나가기 전에 하나씩 가져갈 수 있다. 코카콜라 특유의 병 모양은 특허로 출원되기까지 했는데, 지난해가 이 보틀이 탄생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마케팅의 귀재답게 코카콜라는 각국에서 100주년 기념 보틀들을 출시하며 브랜드를 또 한번 알렸다. 

받아온 mini coke를 집 어딘가에 두고 잊고 있다가 두 달 정도가 지난 후에야 찾게 되어 마셨었는데, 맛은 다른 콜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념품 샵은 코카 콜라답게 없는 제품이 없었다. 보틀에 바리에이션을 준 제품부터 티셔츠 등의 의류는 기본이고 가방과 스포츠 용품까지, 기념품 샵만으로도 크기가 다른 전시관 두세 개는 합쳐놓은 것 같았다. 선물용 보틀 하나와 개인 소장용 코크 팝아트 핀을 두 개 골랐다.

기념품 샵 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줄을 서있으면 가끔가다 카운터에서 열명이 넘는 카운터 담당 직원들이 일제히 ‘Yeah~!’하고 외치는 소리르 들을 수 있다. 그것도 정말 행복하게. 교육을 그렇게 받아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신나서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럴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계산대에 가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럭키박스’ 형태의 상품을 안내하는 문구가 있었다. 가장 작은 것이 2불, 가장 비싼 것이 10불로, 포장도 서로 다르고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다 같이 외쳐주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가장 작은 박스로 하나 달라고 했다. 그러자 필자의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Yono here will get the small secret box~!’라는 식으로 선창 했고, 뒤이어 모든 직원들이 다시 ‘Yeah~’를 외쳐주었다. 그 박스 안에서 나온 건 고작 열쇠고리였지만, 그들의 활기찬 외침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했다. 



코카콜라의 역사와 비화들


사실 코카콜라라는 기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직접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무위키 페이지에도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시중에는 코카콜라 브랜드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와있다. 코카콜라의 역사와 기업 경영 전략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코카콜라 게이트]를 보길. 

최초의 코카콜라를 만든 팀 팸버튼 박사(팸버튼 박사와 코카콜라의 탄생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부터 시작해서 금주령이 내려졌을 시기의 성장, 2차 대전에서 코카콜라의 세계 진출과 이후 펩시와의 치열한 콜라 전쟁, 그리고 뉴코크 등에 대해 읽어본다면 코카콜라가 사실은 정말 철두철미하고 무서운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카인(Cocaine)에서 유래된 이름인 Coke. 애초에는 소다라기보다는 기능성 음료로 분류되었던 이 제품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핵심 계기는 2차 세계대전에 있다. 당시 유럽 전선에 나가 있던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향후 제 34대 미국 대통령) 장군은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게 된다.

코카콜라 300만 병을 보내달라. 이 보급량을 맞추기 위해 각기 다른 장소에 10대의 기계를 설치해야 한다

이후 코카콜라는 미군의 공식 군수품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산과 공급 채널을 확보한다. (코크 이외에도 초콜릿에 허시(Hershey), 담배에 카멜(Camel), 추잉검에 치클릿(Checlets) 등이 있었다) 코크는 세계 각지에 많은 보틀링 공장을 세웠으며, 이 공장들은 전후 코카콜라의 세계화의 병참기지 역할을 한다. 2차 대전 중 병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한 병의 코크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당시 코카콜라가 미군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코카콜라는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 이미 유럽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독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 독일군 측에서는 적국인 미국의 상징이자 미국의 음료수인 콜라를 아무 일도 없는 양 제조하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독일군 내에서는 역시나 코카콜라에 대한 갈증이 상당했다. 이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독일의 코카콜라 연구진이 만들어낸 콜라와 비슷한 제품이 바로 환타(Fanta)다. 

세계대전에서도 톡 쏘는 시원한 탄산음료에 대한 욕구는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 것이다. 


이후 코카콜라는 미국의 음료에서 세계의 음료로 승승장구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 찾아온 걸림돌은 바로 후발주자인 펩시였다. 70~80년대 당시 펩시는 코카콜라와 거의 유사한 펩시콜라로 전 세계적인 경쟁에 나선다. (펩시의 시그니처 컬러는 블루다) 당시 펩시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코크보다 펩시의 선호도가 더 높다는 점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80년대 초~중반에는 콜라 시장 점유율에서 펩시가 코카콜라를 앞서기도 했다. 

이 도전을 맞아 1985년 코카콜라가 날린 카운터 펀치가 바로 ‘뉴코크(New Coke)’다. 코카콜라 측에서는 기존의 콜라를 대체할, 새로운 레시피로 콜라를 만들었고,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뉴코크> 펩시> 기존 코크 순으로 선호도가 집계되자 자신감을 가지고 뉴코크를 시장에 선보인다. 일정 시기 이후 기존의 콜라를 모두 뉴코크로 대체할 것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아뿔싸. 마음먹고 던진 승부수가 자책점이 되어 돌아왔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코카콜라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기존의 콜라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경악한 소비자들은 심지어 시위까지 벌이며 자신의 코크를 돌려달라고 외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코카콜라 측은 뉴코크-클래식 코크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작전을 변경하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존 코크가 사라지지 않고 클래식 코크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클래식 코크의 매출이 급증해서 코카콜라가 다시 시장 선두자리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실패한 마케팅 전략이, 수정을 거쳐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프로모션이 된 사례인데, 물론 코카콜라에서 애초부터 여기까지 내다보고 뉴코크를 버리는 패로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뉴코크 사건으로 인해 미국인들은 코카콜라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신의 추억과, 미국이라는 아이덴티티까지 함께 산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증명되었고 코카콜라는 다시 한 번 성공가도를 내달리게 된다.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나? 스타벅스는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매장의 분위기와 스타벅스라는 이미지까지 함께 판매하는 것이라는, 마케팅 서적에 적혀있는 문구가 미국인과 코카콜라의 관계와 유사하다)

(참고로 인터브랜드 Best Global Brands 2015에서 펩시의 순위는 24위이고, 3위인 코카콜라와의 브랜드 가치는 약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2013년 이후의 코카콜라


최근 코카콜라는 또 다른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건강과 비만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늘어나면서 코카콜라가 그 주원인으로 몰리고 있다. 앞서 펩시와의 콜라 전쟁은 콜라 시장 내에서 누가 더 많은 파이를 가질 것이냐는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외부에서 오는 위협으로 인해 시장의 자체가 크게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감안하고서라도, 콜라를 배척하려고 하는 트렌드와 2013년 이후 Best Global Brands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코카콜라는 다이어트 코크와 제로 코크를 출시해서 시장 공략법을 바꾸었지만, 지난해 코카콜라 측이 탄산음료와 비만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논지의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미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또 전 세계 중/고등학교들에서는 교내 자판기에서 점차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시키고 있고, 이로 인해 코카콜라는 잠재적인 충성도 높은 고객의 상당 부분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코카콜라가 이대로 위기에 굴복할까? 

물론, 탄산음료와 코카콜라 시장이 하락세에 들어설 수는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 모멘텀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카콜라가 절대로 가만히 서서 관망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코카콜라는 콜라 외의 브랜드들도 잘 가꾸어 놓았고 아직도 코카콜라는 미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을 준비하는 중에도 코카콜라가 세계 2위의 콩 음료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탄산음료에의 집중도를 줄이고 건강 음료의 비중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그리고, 코카콜라가 무너지지 않을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이유는 바로, 

코카콜라는 맛있다. 

더운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얼음을 넣은 유리잔. 

그 잔에 띄운 레몬 한 조각. 

가득 따라서 마시는 시원한 코카콜라 한 모금. 


다른 그 어떤 음료가 이 이미지를 대신할 수 있을까?


햄버거에 콜라를 같이 마실 수 없다면? 편의점에 갔는데 빨간 코카콜라가 보이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코카콜라는 코크를 소비자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드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면 앞으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과연 코카콜라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전략으로 지금의 위기를 빠져나와서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브랜드 자리를 차지할지다.

머지않은 시일에 그 작전이 시작될 것이고, 월드 오브 코카콜라는 그 작전의 핵심 본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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