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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Jul 20. 2016

애틀랜타 대표 음악 축제,
Music Midtown

Piedmont Park in ATL

여름, 록 페스티벌의 시즌이다.

7월 22일부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 여름 음악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뒤이어 8월에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기다리고 있다. 필자 역시 지산에 갈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지산 밸리록은 2002년 이후 16년 만에 한국을 찾는 Red Hot Chili Peppers의 팬이라면 필참 해야 한다. 멤버들의 나이 문제로 이 기회가 아니면 국내에서는 더 이상 그들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도 첫날 헤드라이너인 레드 핫 때문에 3일 얼리버드권을 샀다.

애틀랜타에 있을 때에도 록 페스티벌에 갈 기회가 있었다. 바로 애틀랜타 최대 공원인 피드몬트 공원 Piedmont Park에서 열린 뮤직 미드타운 Music Midtown이다. 피드몬트 공원은 애틀랜타의 센트럴 파크라는 별명답게 크기도 큰 데다가 맥주 축제, 연날리기 축제, 도그우드 축제 등 수많은 행사들이 한 달 걸러 한 번씩 열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행사는 9월 중순에 열리는 뮤직 미드타운이다.

9월에는 또 뮤직 미드타운과 일주일 간격으로 애틀랜타가 속한 조지아 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EDM 페스티벌 Tomorrow World도 열렸지만, 라인업에서 뮤직 미드타운이 더 끌렸다. EDM 마니아라면 고민하지 말고 투모로우 월드를 추천한다.

단 이틀간의 페스티벌이었지만 라인업은 국내 모든 여름 락페를 모아놓은 것보다 임팩트 있었다. 총 세 개의 스테이지가 있었고 하루에 두 헤드라이너가 메인 스테이지 두 개에서 공연했기 때문에 라인업을 두 개로 나누어서 4일 동안 공연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뮤직 미드타운에서 중간 시간대에 공연하던 Panic! At The Disco가 이번 펜타포트에 헤드라이너로 서는 걸 보면 무게감을 단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아티스트가 없다.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가 뛰는 가슴을 안고 입장. 햇볕이 화창한 완벽한 날씨였다. 바로 맥주를 사서 손에 들고, 스테이지 앞으로 가서 옆 사람들이 피던 대마초 특유의 알싸한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기대감이 더해갔다.

첫 아티스트는 Kodaline이었다. Kodaline은 필자가 보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혼다 스테이지로 가자고 해서 앞에 자리 잡았는데, 정해진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올라와서는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몇 곡만 부르고는 가버렸다. 심지어 고음이 올라가지도 않고 계속 음이탈을 내버리다 보니 낮 시간대인 것은 감안하더라도 실망이 컸다.

뙤약볕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서있으니 금방 지쳐버려서 바로 그늘로 가서 자리 잡았다. 페스티벌에서 내내 스테이지 쪽에서 뛰어노는 건 힘들기도 하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체력을 안배해가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올 때 집중해서 공연을 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뒤에 그늘에 있어도 음악은 충분히 잘 들린다.

첫날의 헤드라이너는 Elton John과 Drake였다. 양 끝에 있던 두 스테이지에서 동시에 공연을 했기 때문에 둘 중 한 곳을 선택했었야 했는데, Hotline Bling으로 인기 있던 드레이크가 끌리긴 했지만 그래도 엘튼 존을 선택했다. 이때도 이번이 아니면 언제 보겠냐는 마음이 있었다. 

1947년생인 엘튼 존이 무대에서 뿜는 에너지는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지난해 폴 메카트니의 콘서트에 가서 2시간 30분이 넘도록 쉬지도 않고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는데, 엘튼 존도 만만치 않았다. 백전노장답게 과한 퍼포먼스 없이 피아노와 보컬만으로도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둘째 날의 시작은 Renegades라는 곡으로 히트하고 있던 X Ambassadors였다. 상의를 벗고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며 키보드를 연주하던 키보디스트가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당시에 큰 인기를 얻고 있던 Tove Lo도 좋았고,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Hoizer도 좋았고, 마가리타를 마시며 풀밭에 누워서 듣던  The Airborne Toxic Event도 좋았다. 올해 펜타포트에도 오는 Panic! At The Disco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이 팀은 많은 변화를 겪어온 밴드다. 4인조로 시작했다가 멤버들이 하나씩 탈퇴하더니 이제는 브랜든 유리 Brendon Urie의 원맨 밴드가 되었다. 사실은 유리도 애초 세션은 기타였지만 이젠 보컬에 기타, 피아노까지 맡고 있다. 공연 중간에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커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목소리가 프레디 머큐리와 비슷해서 놀랐다.

둘째 날의 헤드라이너는 하드록 밴드 Van Halen과 보컬리스트 Sam Smith였다. 다행히 반 헤일런이 더 일찍 시작해서, 두 세곡은 듣고 샘 스미스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샘 스미스의 음악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한 장의 정규앨범으로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첫 곡 I’m not the only one부터 피드몬트 공원에 모여있던 수만 명을 사로잡았다. 한곡 한곡을 부르기 전에 그 노래에 담긴 사연을 관중과 대화하듯 이야기해주는 연출은 무대에 더 빠져들게 했다.

다행히 이틀 동안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비도 오지 않던 화창한 날씨여서 축제를 즐기기에 딱 적당했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고, 푸드 섹션에서 파는 음식들은 별로 맛은 없고 비싸기는 했지만 그 점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으니 차치하기로 하자. 화장실이나 식수대 등 필요한 것들은 모두 잘 갖추어져 있었고 굿즈 부스나 스폰서 부스 같은 행사 부스에서도 살거리, 체험거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록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20~30대 젊은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는 인식이 강한데, 뮤직 미드타운에 온 관중들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50대 부모님과 20대 자녀들이 함께 와서 즐기기도 했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피크닉 하듯 노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번 지산 밸리록에도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어린이들도 어릴 때부터 락페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록 페스티벌이 매력적인 이유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평소에는 더위에 힘들어하고 비에 짜증을 내지만 록 페스티벌에서는 더위도 반갑고, 비는 더 반갑다. 단 3일이지만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록 페스티벌을 비롯한 각종 축제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산 밸리든 인천 펜타포트든,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1일권이든 3일권이든 티켓부터 지르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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