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는 몇 년 전부터 Bulletproof Diet(방탄 다이어트) 요법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 국내에서도 건강에 신경 쓰고 새로운 식이요법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다.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e), 혹은 버터 커피(Butter Coffee)라고도 불린다.
쉽게 말해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넣어서 먹는 커피다. 시초는 티베트 고지대에 사는 유목민들이 커피에 염소에서 나온 버터와 기름을 넣어먹기 시작한 것인데, 방탄 커피라는 이름은 한 잔 마시면 총알을 막을 만큼 에너지가 넘쳐난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한 미국인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고국에서 Bulletproof Coffee를 소개하고 동명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얼마나 힘이 나길래 Bulletproof라는 이름까지 붙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료: 에스프레소 커피(2샷), 따뜻한 물 100ml, 코코넛 오일, 무염 버터
에스프레소는 집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했고, 코코넛 오일은 이마트에서 사려고 했는데 집에 코코넛 오일이 있었다. 대략적인 가격대는 용량에 따라 7,000~13,000원이다. 버터는 소금이 뿌려지지 않은 무염 버터여야 한다. 정석을 따르자면 grass-fed, 그러니까 풀만 먹고 자란 동물에게서 나온 버터여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공을 들일 수는 없어서 역시나 집에 있던 이즈니Isigny 버터를 이용했다. (생각해보니 모든 재료가 집에 있었다)
1.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카누 같은 스틱형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맛은 장담 못한다)
2. 블렌더에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물 100ml, 이즈니 버터 하나(2 티스푼 분량)와 코코넛 오일 2 티스푼을 넣는다.
3. 블렌더를 작동시킨다.
3.5. 물은 '꼭' 따뜻한 물이어야 한다. 포트에서 바로 끓인 뜨거운 물을 넣었다가 블렌더가 열리지 않아서 고생했다. 만약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뜨거운 물을 담은 보울에 블렌더 통을 넣어두고 조금 기다리면 열린다.
4. 완성!
처음 한 모금을 마시면 느껴지는 맛은 '느끼하다'였다. 잘 보이진 않지만 위의 사진을 보면 커피에 기름이 둥둥 떠있는데, 코코넛 오일과 버터에서 나온 기름이다. 다른 글들을 보면 방탄커피가 고소하다는 평들이 있는데, 고소함보다는 기름진 맛이 훨씬 강했다. 커피의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기존의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먹었다간 큰일 날 맛이다. (비율을 조절하지 못했거나, 뭔가 빠뜨려서 잘못 만들었을 수도 있다)
방탄 커피의 맛에 적응하지 못하고 몇 모금 마시고는 포기했다. 옆에 있던 가족들에게도 권해보았지만 다들 한 모금씩 마시고는 더 이상 마시고 싶어 하지 않았다.
바닐라 시럽 등을 넣어서 단 맛을 더해서 먹어도 된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버터와 코코넛 오일이 들어가기 때문에 느끼한 베이스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아침 대용으로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맞을지는 모르겠다.
아침에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 식사 대용으로도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원한다면 한 번쯤 시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