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al Guys in NY
지난 일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주한 외국 대사관의 날 페스티벌이 열렸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3일간 열리는 행사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행사장의 절반은 대장간과 한과, 전통 차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있었고 다른 절반은 각 대사관에서 부스를 마련해서 자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양 쪽 모두 볼거리와 체험할 것들이 많이 있었어서, 그런 행사가 있는지도 모르고 갔다가 재미있게 즐겼다.
이런 페스티벌이 열리면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역시나 먹거리 코너다. 각 국의 전통 음식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부스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터키쉬 딜라이트와 비슷한 디저트도 있었고, 어느 나라 왕실에서 마신다는 탄산수도 있었고, 동유럽권에서 주로 먹는 굴뚝 빵(뜨르들로)도 있었다. 그중에 키르기스스탄의 부스에는 '샤실릭'이라는 요리가 있었다. 양고기를 구워서 허브를 올려서 밥, 야채와 함께 먹는 요리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양고기는 우리가 보통 양꼬치 가게에서 먹는 향신료가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간다. 시식으로 한 점만 먹어봤지만, 샤실릭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 있다면 찾아가 보고 싶을 만큼 비린내도 나지 않고 맛있었다.
양고기가 들어가는 탓일까, 샤실릭은 러시아 문화권 국가들에서 먹는 음식인데도 필자에게는 할랄 푸드가 연상되었다. '할랄 푸드=양고기'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야 할랄 푸드가 미디어에 자주 나오고 뉴스에 등장해서 알려졌지만, 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할랄푸드를 먹어보지 못했다. 미국에 있을 때는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다. 바로 뉴욕 길거리 음식계를 주름잡고 있는 할랄 가이즈(Halal Guys)다.
할랄 가이즈가 있는 53St / 6 Ave에 점심시간에 가면 여행객이나 직장인이나 모두 노란 봉투를 들고 다니는데, 그 노란 봉투가 바로 할랄 가이즈의 봉투다. 이쪽에 가면 한 거리를 두고 할랄 가이즈가 두 개 있다. 원조와 카피캣인데, 여러 채널로 알아본 결과 원조는 서쪽에 있는 할랄 가이즈인 듯하다. 쉽게 말하면 힐튼 호텔 바로 남쪽에 있는 곳이고, 옆에 분수가 있는 건물 쪽에 있는 곳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동쪽, 즉 MoMA 쪽에 있는 할랄 가이즈가 오리지널이라고 하는 글들이 많은데, 구글 맵이나 위키피디아를 보면 모두 남서쪽에 있는 게 진짜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체인으로 다른 지역에 오픈해있는 할랄 가이즈의 메뉴판을 봐도 남서쪽에 있는 할랄 가이즈와 똑같다)
메뉴는 두 가지다. 모든 메뉴를 보울(bowl)에 담아서 먹는 Over Rice와 부리또처럼 wrap식으로 먹는Sandwich. 전자는 7달러고 후자는 5달러다. 고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소고기(Beef Gyro), 치킨, 팔라펠, 콤보가 있다. (양고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정작 양고기는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둥그런 보울에 밥과 야채, 고기와 난이 가득 들어있는 Over Rice를 주문한다. 미국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10달러 이하로 할 수 있는 메뉴는 그리 많지 않은데, 저렴한 가격에 무지막지하게 많은 양을 주고 맛도 있으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다. 두 명이서 하나를 나눠먹어도 괜찮을 정도다.
소스는 두 가지를 주는데, 하나는 화이트 소스고 다른 하나는 레드 소스다. 화이트소스는 원체 좋아하는 소스이고 모든 재료와 잘 어울리기도 해서 듬뿍듬뿍 뿌려 먹었다. 매운 소스는 정말 매웠다. 압축된 매운맛이랄까, 조금만 뿌려도 캡사이신이 확 올라온다.
사진을 보면 밥이 어디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받고 나서 밥은 밑에 깔려있나 했다. 그런데 저 당근처럼 보이는 주황색이 바로 밥이다. 필자는 치킨을 먹었었는데, 소고기도 먹어볼 걸 그랬다.
할랄 가이즈는 11월 중에 이태원에 한국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 정식 오픈일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오픈하면 소리 소문 없이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