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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May 21. 2016

13시간 안에 시애틀 구경하기

시애틀 다운타운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애초에 시애틀은 애틀랜타로 가는 여정의 경유지 정도였다. 시애틀 경유도 단순히 시간과 가격만 보고 결정했으니까. 처음 예약한 비행 편은 시애틀에서 두 시간 정도 경유하는 노선이었는데, 애틀랜타에서의 픽업 문제 때문에 스탑오버를 부득이하게 13시간 짜리로 바꾸었다. (수수료 굉장히 비싸다)

말이 경유지 13시간 스탑오버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비행 편을 예약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인천에서도 체크인할 때 규정인 12시간 이내를 초과했기 때문에 짐까지 다 찾은 후에 다시 체크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보기로 했다. 시간도 아침 8시 도착이었기 때문에 당일 투어로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침 찾아보니 시애틀 공항에 짐을 맡길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더구나 시애틀은 공항 대중교통편도 잘 되어 있어서 왕복 6불이면 40분 만에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처음 시애틀 다운타운에 내렸을 때의 느낌은, 어떤 여행지든지 처음 들어가면 느껴지는 조금의 어색함과 위화감이 있지만, 다른 곳들보다는 조금 더 차가웠다. 햇볕은 내리쬐는데 바람은 차가운,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공기였기 때문에 그 어색함을 몸도 직감했었나 보다.


그 느낌 속에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걸었다. 여행을 가든 어디를 가든 방향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거리와 위치, 이동 경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는 시간이 많이 남았었기도 했고 미국에 왔다는게 신기하기도 했어서 그 압박감을 조금 내려놓았었다. 거리에는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사람, 바쁘게 제 갈길을 가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도로변을 지나가는 사람 등 내가 생각하던 미국인들의 모습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장면이 눈 앞에 펼쳐져 있으니 그제야 내가 태평양을 지나 아메리카 대륙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다른 곳들에 가보면서 이 장면은 미국에 대한 인상의 일부가 되었지만, 그래도 처음 느낀 인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다운타운과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서로 붙어있고 또 바로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항구와 저 멀리 태평양으로 나가는 뱃길도 볼 수 있다.


어디든 항구 도시는 어디론가 떠다고 싶게 만든다. 물론 실제로는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탁 트인 바다와 기계장비가 보이는 항구의 조합이 더 가슴을 뛰게 한다. 한국의 부산, 인천, 평택이 그랬고 바르셀로나, 이곳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의 항구가 그러했으며 뉴욕 물류항의 모습도 그랬다. 육지와 섬을 있는 다리와 항구, 그리고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이런 도시들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파이크 마켓에 들어서자 눈길을 끄는 건 역시나 해산물이었고 후각을 사로잡는 건 해산물에서 나오는 짠내와 비린내였다. 랍스터와 연어, 새우부터 시작해서 각종 생선과 어패류들은 싱싱한 분위기를 불어넣었고 가격을 외치고 흥정을 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그 위에 활기를 더했다.


시장은 대략 3~4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층에는 앞서 언급한 해산물 가게들과 먹거리 가게들, 공예품 샵들이 있었고 지상층에는 카페나 식당, 지하에는 LP가게나 기념품샵, 옷가게 등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포스터 전문 샵이었다. 락밴드나 뮤지션부터 시작해서 미국 드라마, 슈퍼히어로, 명화, 풍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포스터가 있었다. 각종 피규어와 기타 관련 제품들까지도 있었다. (가게 내 사진촬여은 금지)


한 도시에 가면 작은 물건이라도 나중에 그 도시를 생각나게 해줄 수 있는 물건을 사려고 하는 편인데, (보통 핀이나 배지를 많이 산다) 아쉽게도 시애틀에서는 마땅한 아이템을 찾을 수가 없었다. 팔찌 같은 액세서리는 예쁘긴 했지만 시애틀만의 느낌을 주지는 못했고, 음식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며, LP나 포스터는 앞으로 또 비행기를 타야 했어서 크기나 안정성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산 텀블러가 전부가 되었다.


스타벅스 1호점에 들른 후에 점심 시간대가 되어서 뭐라도 먹기는 해야 했고, 뭐가 맛있는지는 모르겠어서 쉽게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개당 2불이라고 표시되어있는, 안에 고기를 채운 빵을 먹었다. 이때 미국의 세금 별도 계산 방식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분명 5불 지폐를 냈으니 지폐 세장을 받는 게 맞았는데, 내가 받은 건 지폐 한 장과 동전 몇 닢뿐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아직 입이 얼어있을 때여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못했었다. 노상 가게여서 팁을 의무적으로 주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조금만 더 돌아다녔으면, 그리고 다운타운에 먹을게 많다는 걸 알았다면 굳이 저런 걸 먹지 않고(심지어 맛도 없었다) 치폴레라도 갔을 텐데. 지나고 나니 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시내에 있던 Target 매장, 나이키 스토어, 칼하트 스토어,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다.


당시에는 Space Needle이 시애틀에 있는지 몰라서 찾아볼 생각도 못했는데, 기대를 전혀 하질 않아서 가서 그런지 못 본 것이 크게 아쉽지는 않다.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애틀랜타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본 자판기가 신기했다. 스타벅스의 도시답게 자판기 전체가 스타벅스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프라푸치노부터 캔 형 제품 - 맛도 모카, 화이트 초콜릿, 바나나 등으로 다양했고 프로틴, 에너지 드링크 형도 있었다 - 까지 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 자판기 판매여서 세금을 별도로 내지도 않아도 되었다.



시애틀 자판기를 스타벅스가 점령하고 있다는 느낌은, 이후 애틀랜타의 코카콜라 자판기를 만나면서 아주 사소한 해프닝이 되어버린다.



시애틀의 대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1호점에 대한 브런치는 여기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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