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노 May 22. 2016

스타벅스가 시작된 바로 그 곳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

 시애틀 다운타운에 관한 앞선 브런치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내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나다니다가 줄이 가장 긴 곳을 찾으면 된다. 로고는 현재 우리가 보는 로고와 다르고 외관도 익숙한 느낌이 나지 않으니 그냥 사람들을 찾아보면 된다.

실제로는 오리지널 1호점이 위치를 옮긴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 다들 이곳이 1호점이라고 알고 있으니 그렇다고 하자.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이곳을 1st and Pike Store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평일 낮이어서 상대적으로 줄이 짧았다.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들이 트레이에 샷들을 담아서 나눠주었다. 화이트 초콜릿 모카 한번,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음료를 한번 마셨다.  


입구가 다가오면서 옆 유리벽 안으로는 그곳에서만 파는 시그니처 텀블러들을 전시해놓았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드디어 안으로 입장. 음료 주문 줄과 아이템 주문 줄이 달라서 실내에서 구경을 하다가 텀블러와 같은 제품들을 살 수 있다. 아까 마셨던 화이트 초콜릿 모카를 먼저 주문했다. 그때 먹었던 화이트 초콜릿 모카는, 지금까지도 스타벅스에서 마셔본 커피들 중에 가장 맛있었다. 첫 입에 들어오던 깊은 달콤함과 진한 에스프레소의 조합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얼음이 녹아서 묽어지지만 않았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나중에 이탈리아 출신 친구를 사귀게 되어서 스타벅스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신기했던 건 당시 이탈리아인이 세 명 있었는데, 세 명 모두 집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공수해 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솥을 가져가는 것이 그들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져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어쨌든 Andrea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스타벅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전해주었다.

"It's just black water. It's shit."이라고.

이탈리아에서는 스타벅스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타벅스가 호시탐탐 이탈리아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관광객을 타깃으로 해야 할 것이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절대 그곳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커피부심이란......


최근 드디어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진출 소식이 전해졌다. 역사적인 첫 번째 이탈리아 매장은 밀란에 2017년에 오픈할 것이며 이 소식에 대해 BBC 매거진은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베이커리 브랜드인 파리바게트가 파리에 매장을 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파리바게트라는 브랜드 네임만 가져갔을 뿐, 실제로 파리에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사용했고 내가 받은 느낌은 파리 매장은 국내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였다. 쉽게 말해서 정말로 파리를 공략하고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ex. 우리 파리에도 진출했어요!) 활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인기라는 메뉴를 국내에 런칭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과연 스타벅스는 어떤 목적으로 이탈리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Made In USA와 Exclusive를 강조하던 텀블러를 샀다. 솔직히 디자인이 예쁜 것도 아니었고 실용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보온도 안된다), 단독 출시 제품이라는 문구가 주는 메리트가 매력적이었다. (물론 예정에 없던 세금이 붙는 순간 기분은 나빠졌다) 디자인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팔던 텀블러가 가장 예뻤던 걸로 기억한다.


스타벅스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아마도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거의 모든 과목에서 응용할 수 있고, 그만큼 분석 자료도 많기 때문. 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나온 'Starbucks Coffee Company: Transformation and Renewal'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상당히 유명하기도 하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다 읽진 않았다) 2004년 경 CEO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스타벅스가 지향하는 기업문화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국내 여러 기업의 입사시험에도 나올 만큼 유명하다.


애초부터 계획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가보길 정말 잘했다. 역시는 역시일까. 지금도 그때 산 텀블러를 쓰고 있는데, 볼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한다. 그리고 내가 스타벅스가 시작된 곳을 가보았다는 뿌듯함 때문일까, 조금 더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진 것 같다.



여담으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만 저 곳에 간다느니,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밖에 없다느니 하는 말들을 여러 번 보았는데, 적어도 내가 갔을 때는 아니었다.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다 모이니까, 그런 말은 신경 쓰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13시간 안에 시애틀 구경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